▲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황경순 경남지부장이 21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학교비정규직 체불임금 예산 삭감에 대해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남도의원 초법적인 만행 저질러”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학교비정규직 체불임금 예산마저 삭감한 도의원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21일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의회는 20일 학교비정규직이 체불임금예산(12억 7700만원)을 삭감하는 초법적인 만행을 저질렀다”고 이같이 말했다.

민주노총 김재명 본부장은 “얼마 전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켰던 말 한마디가 있었다. 학교급식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향해 ‘그분들은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일 뿐이다’라는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정치하는 사람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현재 “경남도의회에서 어제 결정한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 되는거 아니냐라는 비상식적인 도의원의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 이 사람들은 노동 가치와 노동에 대한 존중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이 더운 여름 날씨에 학교 급식실을 들어가 보시면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얼마 전까지도 ‘급식도 교육이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급식이 탄압의 고리가 되고 급식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진보연합 하원오 상임대표는 “고생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노동의 가치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학교 급식소 안에 들어가 보면 매우 무덥다. 특히 법리적 해석을 거쳐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이니 지급하라’는 결정이 확정됐음에도 도의회가 임금을 삭감하는 이런 작태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의회는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리실에서 현장조리원으로 9년째 일해온 임채정씨는 “이 무더운 날씨에 물 앞치마를 입고 장화까지 신고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천영기 의원을 비롯해서 체불임금예산 삭감에 찬성한 도의원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했다. 임씨는 “화상 위험에 노출돼 있고 살을 여기저기 데이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일하고 있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황경순 경남지부장은 “그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법과 질서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하는 도의원이 스스로 법과 질서를 무너트리며 노동자의 임금체불마저 지급하지 말 것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발언한 천영기 의원은 헌법의 노동삼권과 집회결사의 자유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고 마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황 지부장은 눈물을 흘리며 “경남도의회와 교육청이 해결해야 할 알력 다툼에 학교비정규직 체불임금예산이 삭감됐고, 자신의 개인적인 한을 공적인 일에 투영시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경남도의회는 국민과 비정규직은 안중에도 없는 적폐세력이 가득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사태를 뼛속 깊이 새기며 반드시 천영기 의원을 비롯해 찬성한 18명의 도의원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 21일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