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덩케르크’ 스틸.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차 세계대전 당시 실화 다이나모 작전
고립된 군인 40만명 탈출 생생하게 그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시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윌리엄 처칠의 연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中-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지기 위한 윈스터 처칠의 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덩케르크의 기적이 모두 설명된다. 영화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 탈출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덩케르크는 2차 대전 당시 실화인 다이나모 작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40년 5월 독일군은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지대 프랑스 방어선을 돌파하고 그대로 영국 해협을 향해 밀고 나갔다.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둘로 갈라졌고, 40여만명의 영국군은 퇴로를 차단당한 채 덩케르크 해변에 고립된다.

연합군은 이들을 해협 너머 영국으로 철수시키는 다이나모 작전을 개시한다. 이 작전은 훗날 독일군이 서부전선에서 행한 최대 실수 중 하나이자 제2차 세계대전 최고의 전환점 중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다.

독일군 탱크들이 해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저지했지만 뒤에서 독일군의 공격이 바다 위에서 적기의 포탄이 계속해서 옥죄어온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연합군은 민간 선박까지 징발해 다이나모 작전을 시행한다. 그리고 모두 한곳에서 만난다.

▲ 영화 ‘덩케르크’ 스틸.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해변과 바다, 하늘 등 3가지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에서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을 보낸다. ‘도슨(마크 라이런스 분)’은 아들과 아들, 아들의 친구와 함께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향하는 하루를 보낸다. 전투기 조종사인 ‘파리어(톰 하디 분)’는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를 맡았지만 남은 연료로 비행가능한 시간은 단 1시간뿐이다.

3가지 시점이 교차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거나 혼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몰입도가 극대화돼 러닝타임 내내 캐릭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기분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관객들에게 서스펜스와 강렬함, 역동적인 경험을 안기고 싶다. 이 세시간을 교차함으로써 완벽한 당시를 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바라본 전쟁은 액션블록버스터가 아닌 생존 드라마다. 그는 영화를 채워줄 화려한 액션이나 CG나 감수성을 불러일으킬 장치를 하지 않았다. 차 떼고, 포 떼고 알맹이로만 승부한다.

그만큼 극적인 상황에서 인간이 겪는 감정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전쟁영화임에도 그 흔한 핏방울 하나 튀지 않는다. 테이블 위에서 지시하는 장면, 등장인물 각 개인에게 얽힌 사연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선하거나 악한 사람도 없다. 오로지 살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고 또 뛰어들고, 다시 뛰어드는 군인들만이 나온다. 전쟁이 두렵고 무서운 군인들은 조국으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칠 뿐이다. 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나였더라도 별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영화 ‘덩케르크’ 스틸.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덩케르크는 실제 대영 해협의 덩케르크 주변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해당 시기에 사용됐던 선박과 최대한 닮은 선박을 9개 나라에서 수배해 어뢰제거선, 병원선 등을 구했다. 대명 해협을 건너는 장면에는 실제 덩케르크 구출 작전에 쓰인 ‘카로니아’ ‘엘빈’ ‘엔데버’ ‘힐프라노어’ 등의 선박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실감 나는 전투 비행효과를 담기 위해 놀란 감독은 스핏파이어 전투기 조종석 공간에 아이맥스 카메라를 수직으로 설치했다. 덕분에 관객은 실제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는 듯한 시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사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연합군 40만여명의 철수하는 것이다. 대사가 많지 않아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의 빈 곳을 음악이 채워줬다. 이미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에서 놀란 감독과 손발을 맞춰온 한스 짐머 음악감독은 시나리오의 독특한 리듬을 음악으로 강조했다. 통일감을 주면서도 복잡한 음조로 구성된 긴 곡을 기준으로 각기 다른 시점의 이야기가 뒤섞인다. 사건에 따라 영상과 어우러지는 음악은 불안함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가 마침내 극에 달했을 때 눈물을 툭 하고 흘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전하는 투박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다. 영화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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