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 반환식에서 동화사 주지인 효광스님(오른쪽)과 마이클 고반 LA카운티박물관 관장이 기증서에 서명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동화사 염불암의 문화재 ‘지장시왕도(보물 제1773호)가 1988년 8월 5일 도난당한 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된지 3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미국 LA카운티박물관(LACMA)이 소장하던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반환식을 열고 불화를 공개했다.

지장시왕도는 지난 2014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LA카운티박물관의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존재가 알려져, 끈질긴 협의 끝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제자리를 찾게 된 지장시왕도는 1841년 동봉법준 등 승려 화가들이 그린 작품이다. 크기는 가로 150㎝, 세로 131.5㎝다. 이 불화는 죽은 이를 구제하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망자를 심판하는 명부의 왕 10명을 묘사하고 있다.

1999년 발행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이 불화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조계종은 지난 2015년 LA카운티박물관에 환수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LA카운티박물관은 지난해 10월 이사회에서 ‘지장시왕도’의 반환을 의결하고, 이번에 불화를 전달하게 됐다.

▲ 1988년 대구 동화사 염불암에서 도난당한 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 30년 만에 돌아온 ‘지장시왕도’. (출처: 대한불교조계종)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스님은 “지장시왕도의 최초의 소장자가 동화사 염불암이라는 것을 LA 카운티 박물관측에서 확인하고, 동화사에 양도해 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마이클 고반 LA카운티박물관장은 불화의 소장 경위와 반환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약 20년 전 여러 한국 미술품을 구매할 때 함께 사들였다. 불화가 30년 만에 제자리를 찾게 돼 기쁘다”며 “반환이 갖는 최고의 가치는 미래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화사 측은 불화의 보존 상태가 좋아 21일 바로 동화사 성보박물관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용윤 조계종 총무원 문화재팀장은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대왕들이 무언가를 논의하면서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뒤쪽에는 병풍이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시왕이 일렬로 배치돼 지장보살을 바라보고 있는 기존 도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지장시왕도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명부를 현실 세계에 가까운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점도 돋보인다”며 “조선 후기에 지장시왕도 화풍이 변화하는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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