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주둔하던 미8군이 최근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미군기지 부지에 국가공원으로 조성될 용산 공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크다. 미군이 남겨놓은 환경오염문제, 잔류시설로 인한 ‘반쪽 반환’ 논란 등 부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짚어본다. 또한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외국 군이 주둔하게 된 용산의 역사와 배경, 당시 주민들의 삶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미군, 환경오염 나몰라라… 크고 작은 기름유출 사고
정화비용만 수천억 추정, SOFA 규정이 발목 잡아

완전한 반환은 아직, 원래 2008년 전부 반환 예정
미군 요청에 이해 부분 반환, 주민·지자체 불만 고조

2027년까지 용산공원 조성, 중앙예산 들이면 국가공원?
‘굴욕역사공원’ 되지 않도록, 국민 자존심 지키는 노력 필요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대한민국에 반환되는 용산부지는 최대한 보전하고 용산공원은 민족성·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휴식 공간 및 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함으로써….”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2조 내용의 일부다. 이 특별법에 기초해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이 작성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2014년 12월 변경)’에 따르면 용산공원은 2019년 착공해 2027년 완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용산공원 조성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용산미군기지 부지가 안고 있는 문제가 크고 복잡해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군, 환경오염 나몰라라… 정화비용만 수천억 추정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크고 작은 기름유출 사고로 용산미군기지 땅은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몇차례 환경오염 실태 조사가 있었지만 조사 방법이나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실정이다.

용산미군기지에는 얼마나 많은 오염사고가 발생했을까. 김은희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대표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1990년 이후 용산미군기지 내 유류유출사고는 84건으로 이중 미군 자체 환경영향평가 기준 최악의 기름유출사고에 해당하는, 1000갤런 넘게 유출된 경우가 7건이었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5일 시민사회단체 등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서 ‘용산미군기지 84건 유류오염사고 항의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미군복을 입은 참가자가 기름 모형을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어 2002년에 인지된 사례를 들며 “이촌역 부근 다목적운동장 공사 현장에서 땅 위로 기름이 스며 나왔다. 확인 결과 사고 발생 시점은 1997년이었다”며 “별다른 조치 없이 5년 넘게 방치됐고 유출량도 7620갤런, 드럼통 138개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는 용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부산, 동두천 등에서 정도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용산과 같은 양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2010년 용산기지의 1/5 크기인 ‘캠프 하얄리아’를 반환 받은 부산시는 정화비용으로 143억원을 썼다. 애초 정부가 발표한 예상비용은 3억원이었다. 2015년 동두천 ‘캠프 캐슬’에서도 오염 정화를 위해 196억원의 혈세가 들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실태도 모르고 수습 비용이나 시간도 가늠하기 힘들다.

미군은 이런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해도 우리 정부에 알리지 않고 사고수습도 하지 않은 것이 다반사다. 기지 반환 즈음에 우리가 정화작업을 요구하면 미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독특한 방식을 터득한 듯 보인다. 오염정화활동을 하지 않고 기지 반환을 미루다 보면 마음 급한 지자체가 ‘알아서 할테니 일단 반환부터 하라’고 미군에 제안을 하게 된다. 미군 입장에서는 ‘그냥 버티고 있으면’ 한국에서 알아서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만 우리에게 뾰족한 수는 없다. SOFA가 항상 발목을 잡는다.

김은희 대표는 “앞서 반환된 다른 미군기지의 사례를 기준으로 용산미군기지의 규모 등을 감안하면 환경오염 정화비용은 수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연합사 잔류, 미대사관까지 이전? 주민들 “누더기 반환 안돼” 반발

2004년 처음 기지 이전과 반환이 논의될 때 용산미군기지는 ‘전부 반환’의 형태였으며 반환시기도 2008년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결정이 났고 기지 반환은 10년 가까이 늦어졌다.

용산기지는 정확히 얼마의 면적으로 반환될 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군의 요청에 의해 한미연합사가 용산기지에 잔류하는 것으로 2014년 합의가 이뤄졌고 이에 따른 숙소 등 부대시설도 필요하다. 미대사관도 이곳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여 주민들과 지자체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용산공원 조성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한미간 정치·외교적인 사안과 합의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거기에 맞게 계획을 수립·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방부, 외교부가 관여돼 있고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서는 환경부도 나름의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서울시와 용산구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 용산공원 정비구역 현황(2014년 12월). (출처: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이 작성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국민이 주인인 국가’의 공원
중앙 예산으로 조성하면 국가공원?
국민 자존심 지키는 노력 따라야

주한 미8군은 지난 11일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새 청사 개관식을 열었다. 토머스 밴들 미8군 사령관은 평택 이전에 대해 “총 107억달러를 투입, 험프리스 기지는 미 국방부 해외 육군 기지 중 최대 규모로 거듭났다”며 “이는 미국과 한국이 계속 힘을 합쳐 주어진 모든 임무를 어떻게 완수해왔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례”라고 말했다.

밴들 사령관의 말대로 한국은 107억 달러를 들여 최첨단 기지를 주한미군에게 제공했지만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기름범벅’ 기지들을 남겼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8월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을 하면서 용산공원이 첫 번째 국가공원으로 조성된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공원에 역사성·문화성·민족성·생태성을 담기 위한 다양한 의견도 나온다. 민족문제연구소, 용산문화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시 세계유산등재팀 등 다양한 단체와 기관, 지자체에서 ‘더 나은 용산공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제의 군사시설로 시작된 용산미군기지터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 역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주무부처에 전달하기 위해 주민토론회 등을 마련하고 있다.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 줄기로 묶어낼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부처마다 다른 입장, 거기에 더해지는 지자체의 요구, 각종 단체와 시민들의 의견 등을 담아내는 역량이 필요하다.

지난 19일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5대 국정목표 맨 위에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올렸다.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들의 권리와 안전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존심도 지켜주길 기대한다.

용산공원이 진정으로 국가공원으로서의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현재 공원 부지가 안고 있는 환경오염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상대국인 미국에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노력과 성과도 중요하다. SOFA를 탓하며, 국민의 자존심은 뭉개진 채 조성되는 공원이라면 또 하나의 ‘굴욕역사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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