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6자회담 핵심변수..외교차관보 급거 방미

(서울=연합뉴스) 사건과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관련국들의 외교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의 11일 방중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간 'G2(주요 2개국)' 차원의 전략적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성 김 북핵 6자회담 특사가 12일 오후 한국을 비공개 방문하고 외교통상부 이용준 차관보는 13일 급거 방미길에 오를 예정이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공식 발표되기에 앞서 미.중.한 3개국을 중심으로 6자회담 관련국들 사이에 고도의 외교적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캠벨 차관보가 11일 동남아 순방후 귀국길에 베이징(北京)에 들른 점이다.

캠벨 차관보는 미국측 6자회담 대표인 성 김 특사와 함께 추이텐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의 핵심당국자들과 만나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사건 등 동북아 정세 전반에 대해 숙의했다.

이는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재개의 연계여부를 놓고 일정한 시각차를 노출해온 미.중이 고위급 대화채널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큰 그림 잡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오는 24∼25일 베이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대좌하는 '미.중 경제.전략대화'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소위 'G2(미.중) 컨센서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표면화된 미.중간의 입장차는 커보인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과 연계하지 않고 6자회담 조속 재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춰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의 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캠벨 차관보와 추이텐카이 부부장의 11일 면담은 양국간의 시각차를 '교정'하고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간 협의결과를 상세히 브리핑하며 천안함 사건과는 관련없이 6자회담 프로세스를 조속히 재개하자는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는 중국 장위 외교부 대변인이 11일 "우리는 (각국이) 성의를 보이고 어떤 상황이 발생하거나 어떠한 변화가 있더라도 유연성을 발휘해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길 희망한다"고 밝힌데서도 명확히 드러나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천안함 사건의 엄중성을 설명하며 천안함 조사와 대응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일정한 '속도조절'을 거쳐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커보이지만 전략적으로 타협할 여지는 충분하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으로서는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와 동북아 역내의 분위기를 외면하기 어렵고, 미국으로서도 6자회담 재개를 마냥 늦출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양측은 천안함 변수를 적극 의식하면서 6자회담을 어떤 형식과 수순으로 재개할 것이냐를 놓고 큰 틀의 공감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중의 대화 움직임 속에서 한.미간 외교채널도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는 기본적으로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이라는 기조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지만 미.중간 전략적 대화에 따라 새로운 논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서로 보폭을 조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베이징을 방문했던 성 김 특사는 캠벨 차관보와 떨어져 12일 오후 한국으로 향했다. 김 특사는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방중결과와 함께 천안함 대응과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과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의 인식은 공통되며 기존의 원칙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간 캠벨 차관보는 14일 외교부 이용준 차관보와 회동한다. 7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2+2 회의' 의제 협의가 명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천안함 대응에 관한 협의가 주된 목적일 것이라는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향후 조사결과 발표와 향후 대응과정에서 공조전선을 구축하려는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우리측은 조사결과 발표를 전후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정부의 고위인사들이 방한하도록 하는데 외교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에서 누가 올 지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정해진 것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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