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 중 1순위를 ‘적폐 청산’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핵심 슬로건이었으며 동시에 광화문광장에서 외쳤던 ‘촛불민심’에 대한 화답이다. ‘피플 파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제 적폐청산은 대선용 ‘아젠다’를 뛰어넘어 ‘국정과제 1호’로 공식화됨으로써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이뤄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조용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는 특정 권력 주변의 단순한 비리사건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쥐락펴락하면서 강고한 기득권 체제를 형성했던 기득권 세력이 그들의 이익과 탐욕을 더 안정적으로, 더 장기적으로 구축코자 도모했던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그들의 범죄행위 앞에서는 원칙도 상식도 무너졌으며 심지어 법치마저 유린되기 일쑤였다. 촛불민심이 없었다면, 정권교체가 없었으면 그들 기득권 세력의 죄상을 어찌 다 밝힐 수 있겠는가. 참으로 위대한 ‘촛불 민주주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듯하다.

그러나 심장 깊숙이 박힌 ‘암 덩어리’를 도려내듯 적폐청산의 수순도 한 치의 실수나 오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마추어적 과잉이나 정치적 고려는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쓸 데 없는 오해나 잡음이 커질 수 있으며 자칫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소명까지 난타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대의에 맞게 냉정하고 차분하게 그러나 집요하고도 강력한 의지로 소기의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소리만 요란한 레토릭이나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치 보복’ 운운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피를 흘리는 쪽의 저항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다시 복원해 ‘반부패 협의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적폐청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에서 ‘반부패 부문’을 분리해 독립적인 반부패 총괄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챙기되 독립적인 반부패기구를 통해 적폐청산의 액션플랜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적폐청산과 반부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피플 파워’를 강조하면서 ‘국민의 뜻’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에서의 ‘시대정신’이다. 이제 그 실행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가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은 강력하면서도 진중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시대를 바꿔가는 대역사이다. 따라서 광화문광장의 촛불이 밝혀준 시대정신 그대로 적폐청산의 성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이 걸려 있는 것이다. 이번 운명만큼은 눈물 대신에 큰 박수와 함께 ‘국민의 승리’로 귀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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