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 박사/청운대 교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Wartime Operational Control Transfer)’은 한미 간 단순한 작전업무상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한미 양군의 군사전략전술이 망라된 매우 복잡한 안보외교적 군사력의 게임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군 단독권한 행사라는 자율성(autonomy) 차원에서 시기적 접근(time-oriented)으로 과감한 조기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피폭사건 등 대내외적인 안보환경의 위기를 고려한 전작권 전환을 연기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북핵·미사일 문제의 심각한 안보위협에 따른 ‘조건에 기초한(based on the condition)’ 재연기를 한 것은 국가적 결례를 무릅쓰고 국가안보만을 고려한 한미동맹의 핵심적 합의였다.

한국군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조건에 기초한’ 재연기를 합의함에 따라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고 우리 군의 군사적 능력과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고려한 전환으로 전작권의 ‘졸속’ 전환에 따른 안보부실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북한의 군사력을 상대로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통제권 시행이 가능한 조건이 구비된다면 언제든지 전환을 합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미군이 한국군에게 이보다 더 안정적인 전환의 조건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9일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운영 5개년계획이 발표되면서 국방개혁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으로 변경했는데 방미 후 대선공약상의 ‘임기내 전환’을 포기하고 ‘조건에 기초한’ 현행 재연기합의 내에서 유연하게 접근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군사위협이 급증하는 한반도 안보정세 속에서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현행 합참본부에서 합동군사령부로 전환하고, 육·해·공군 본부를 각각 작전사령부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상비병력 50만명으로 축소하려던 계획을 재추진하고, 병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등 과거의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북한군 병력이 약 120만명인 점에서 50만명은 2.4대 1로 과도한 ‘병력 불균형’인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전시 병력손실이 개전초기에 집중적으로 다수 발생되는데 상비 군병력이 초기 전투력 발휘에 충분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장교와 부사관 비율을 늘려 정예화한다는 계획은 일자리 차원에서 의미가 있으나 전투의 승리는 병사의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정예병력은 필수적이다. 적과의 전투는 현장에서 병사들이 하는 것이다. 자칫 간부위주 증원으로 행정관리형 군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현대전은 병력수가 전승의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하나 장차 한반도의 전쟁양상은 재래전과 핵·미사일·화생전·특수전·UAV 등 비대칭전력의 입체복합전으로 전개될 것이 예상되므로 초기 방어전력에 승패가 좌우된다. 물론 전작권이 우리 군에 전환돼야 함에 이론(異論)이 없지만 안보라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못 이룬 유업(遺業)을 추진하는 ‘기념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작권은 현행 ‘조건에 기초한’ 전환유지가 안보의 최후보루라는 사실을 알고, 한미동맹 강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기를 안보의 주체인 우리 군에 바란다. 한마디로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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