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규모로 한국교회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의 현실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서울 종로 승동교회(박상훈 목사)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양측 인사들이 나와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사참배·신학노선·WCC’ 분열 원인 해결책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양대 산맥이자 장자교단임을 자처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양 교단이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달 예장통합 측 연동교회에 이어 이달 19일에는 예장합동 측 승동교회에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장로교 심포지엄’이 열렸다. 승동교회는 양 교단이 분열할 당시 예장합동 측 총회 장소였다. 이날 양 교단은 이러한 장소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연다는 데 큰 무게를 뒀다.

예장합동 총회장 김선규 목사와 예장통합 총회장 이성희 목사는 1·2차 심포지엄에서 각각 설교를 맡았고, 양측 인사들은 공동인사를 하는 등 교류와 연대의 그림을 만들었다.

‘한국교회의 현실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1차 심포지엄에서 양 교단은 종교개혁의 역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변화와 원동력을 찾자고 입을 모았다면, 2차에서는 그간 예장합동-통합의 교류활동을 되짚으며 양 교단이 연합·협력해야 한다는 데 중심이 실렸다.

그러나 이 심포지엄이 예장합동-통합의 분열 원인이었던 WCC 등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분열 이후 양측은 WCC에 대한 입장 차로 큰 마찰을 빚어 왔기 때문에 갈등해결을 위해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역사신학교수 박용규 목사는 양 교단이 분열된 이후 교단연합을 위해 60여년 진행한 사업을 살피고 상호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WCC의 문제가 잠시 언급됐다. 박 목사는 1996년 주기철 기념강좌를 통해 시작된 장신대와 총신대, 고신대의 학술적 교류가 10여년 지속돼 오다가 2013년 WCC부산총회 유치 문제로 더 이상 존속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통합과 연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박 목사가 양 교단의 협력에 대해 ‘시대적 과업’이라며 ▲한국교회 부흥과 민족복음화를 위한 지속적인 협력 ▲복음적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 ▲이단에 대한 공동 대응 ▲사회적 책무 실천 위한 협력 ▲건강한 학술교류 지속 등 다섯 가지를 언급했을 뿐이다.

결국 사분오열한 한국교회 현실을 공감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양 교단은 심포지엄을 마치며 합동 공동기도문을 발표하고 양 교단이 하나 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이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큰 부흥을 이루었음에도 서로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한 죄를 용서해달라”며 “한국장로교회가 말씀과 성령으로 하나 돼 세속적 가치와 이단사설을 이겨내고, 나눔과 섬김과 희생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며, 국가와 민족 앞에 책임을 다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한국장로교단은 왜 분열됐나

한국교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885년 선교사가 한반도에 들어오기 전 이미 번역된 성경이 유입됐다. 한국은 중국 일본 대만 등에 비해 기독교 선교사가 늦게 들어왔는데, 이미 퍼진 성경을 통해 성도들이 형성된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위에 선교사들이 선교를 통해 개신교가 확장됐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는 한반도 내 기독교 역사를 사람의 역사가 아닌 ‘성령의 역사’로 평가한다.

이때 단일 교단이었던 장로교단은 해방 후 거듭된 분열을 겪었다. 가장 먼저 분열된 측은 1952년 신사참배 문제로 분리된 예장고신이다. 1938년 9월 10일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에 찬성하는 긴급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요약하면 “신사참배를 솔선하여 열심히 행하고 나아가 국민정신동원에 참가하여 비상시국 아래 후방의 황국신민으로서 열과 성을 다하기로 결의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해방 이후 장로교단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목회자로 추앙되는 한경직 목사는 이 총회에 의산노회 대표로 참석했다.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이듬해인 1939년 신사참배를 반대한 주기철 목사를 장로교 목사직에서 면직했다. 또 주기철 목사가 담임하던 산정현교회도 폐쇄 조치를 했다. 출옥한 성도들은 이 같은 장로교단의 조치에 반발해 새 교단을 만들어 나갔다.

두 번째 분열은 보수-진보로 나뉜 장로교단 진보진영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를 설립해 분리된 것이다.

◆WCC 문제로 쪼개진 장로교

세 번째는 장로교단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1948년 창립된 WCC(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가입 문제를 놓고 장로교단은 양분됐다. 1953년 가입을 찬성하는 측은 예장통합, 반대하는 측은 예장합동으로 갈렸다. 예장합동은 교단 헌법에 ‘WCC 및 WCC 에큐메니컬 운동은 비성경적이고 위태로운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이후 앞장서서 WCC를 반대했다.

이 같은 갈등은 60여년 이어져왔고, 지난 2013년 10월 부산에서 WCC총회가 열리자 예장합동을 위시한 보수교단 27곳은 ‘WCC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들이 WCC를 반대하는 이유는 ‘종교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동성애 옹호’ ‘자유주의 신학’ 등이었다. 이후 보수진영의 WCC 반대 운동이 더 활발해졌다. WCC 반대 운동 측은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에도 마찰을 빚었다. 이듬해인 2014년 예장 통합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9개 회원 교단과 한국 천주교가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교파 간 친교를 목적으로 직제협의회를 창립하자 맞불 시위를 진행했다.

장로교단은 예장합동-통합으로 분열된 이후에도 교권주의의 병폐로 250여곳의 교단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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