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약용 하피첩.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박물관, 쓰레기장 되다… ‘쓰레기×사용설명서’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버려진 쓰레기가 예술 작품이 됐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프랑스 국립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 Musée des civilisations et de la Méditerranée, 관장 장 프랑수아 슈네)과 ‘쓰레기’라는 공동 주제로 특별전 ‘쓰레기×사용설명서’를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105일 동안 기획전시실Ⅰ·Ⅱ에서 개최한다.

특히, 쓰레기로 오인돼 잃어버릴 뻔했던 ‘하피첩’,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미인도’ 등의 문화재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하피첩은 보물 제1683-2호로 1810년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서 유배하던 때 부인 홍혜완이 보낸 치마에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적은 서첩이다. 2004년 경기도 수원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폐지로 사라질 뻔했으나, 이를 발견한 사람이 유물 감정 프로그램에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2010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번 전시에는 ‘거름통’ ‘넝마 바구니’ ‘지승병’ ‘재활용 등잔’ ‘포탄피 재떨이’ 등 쓰레기 수집과 활용 관련 유물·사진 자료, 쓰레기로 사라질 뻔했던 문화재인 ‘하피첩(霞帔帖)(보물 제1683-2호)’,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英祖大王胎室石欄干造排儀軌)(보물 제1901-11호)’, ‘미인도(고산 윤선도유물전시관 소장)’ 등 30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장에는 인간이 남긴 쓰레기와 활용 모습, 쓰레기 문제에 대한 우리 이웃들의 대안이 소개된다. 전시는 크게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의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1부 쓰레기를 만들다’와 ‘2부 쓰레기를 처리하다’, 그리고 전통 농경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재활용사(史)와 여러 대안과 해법을 소개하는 ‘3부 쓰레기를 활용하다’로 구성됐다.

▲ 1부 중 쓰레기를 생성하는 도시(영상맵핑).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1부에서는 1인이 하루와 1주일, 4인 가구가 1주일 동안 얼마나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보여주는 영상물과 함께 초기 컵라면 용기, 나무 도시락 등 일회용품 등이 전시된다.

2부에서는 넝마 바구니, 폐지 손수레 등 폐자원 수집 도구,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가 2009년 발굴한 ‘서울 행당동 출토 생활쓰레기 유물’ 등이 전시된다. 3부에서는 지승병, 피피선 바구니, 재활용 등잔, 철모 똥바가지 등 재활용사(史) 관련 유물 및 사진 자료와 함께 우리 이웃이 보여주는 대안을 자료, 인터뷰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박물관은 “인류의 공통 과제인 쓰레기가 개인과 공동체, 미래를 위해 풀어야 할 화두가 된 지금, 이번 전시가 우리 생활을 돌아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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