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정(無情)’ 초판본. (제공: 고려대학교)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고려대학교 도서관(관장 김성철)이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 춘원 이광수의 ‘무정(無情)’ 초판본을 공개했다.

춘원 이광수의 ‘무정(無情)’은 1917년 1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매일신보’에 126회로 연재됐고, 이듬해인 1918년 당대 최고의 출판사인 신문관(新文館)에서 7월 18일 인쇄, 7월 20일 발행됐다.

‘무정(無情)’ 초판본은 1918년 1000부 발행됐으나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한국현대문학관 소장 1부가 유일했다. 그러나 현대문학관 소장 초판본은 표지 장정이 유실되어 발행 당시의 실제 장정과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에 공개하는 초판본은 표지, 책등, 판권지 등의 상태가 온전하여 1918년 발행 당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온전한 형태의 초판본이 없어 ‘무정(無情)’ 초판본의 형태를 1920년 발행된 재판본을 통해 추정만 했으나, 이번 초판본의 출현으로 발행 당시의 초판본의 온전한 형태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번에 공개하는 초판본은 판권지 면에 찍힌 스탬프를 통해 전주(全州) 대화정(大和町) 남문통(南門通)(현재 전주시 전동 지역)에 위치한 동문관(東文舘)에서 판매된 서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매일신보’에 연재될 때부터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1918년 신문관에서 초판본 발행 이후 일제강점기 시기에만 8판에 걸쳐 발행된 ‘무정(無情)’은 당대 베스트셀러였다. 그러나 현재 전하는 것은 매우 드물어서 표지가 유실된 현대문학관 소장 초판본 1책, 1920년 발행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재판본 1책, 1922년 2월에 발행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소장 3판본 1책 등 8판본까지 거의 1책 정도씩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모습의 초판본은 매우 귀중한 자료다.

1910년대 발행된 소설은 소위 ‘딱지본’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통속적인 표지가 위주였으나 ‘무정(無情)’ 초판본은 표지에 그림 없이 단정한 글씨로 작가, 제목, 발행사만이 인쇄돼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답게 이전의 출판물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고려대학교 도서관은 ‘무정(無情)’과 함께 한국 최초 문고본으로 꼽히는 ‘청년문고 제1편’인 ‘용비어천가(신문사, 1915)’도 공개했다. 청년문고 제1편 ‘용비어천가’는 지금까지 출판사실만 전해질 뿐 실물은 전하지 않았던 한국 최초의 문고본으로 ‘용비어천가’ 연구 및 한국 출판사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가 매우 높은 문고본이다.

이번 ‘무정(無情)’ 초판본과 한국 최초 문고본 ‘청년문고 제1편’인 ‘용비어천가’의 발견은 ‘학술유산의 보존 및 전승’을 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도서관의 ‘3공 정책(공개·공감·공존)’에 공감한 고려대 졸업생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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