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김만섭’ 역 맡은 송강호. (제공: ㈜쇼박스)

작품 선택, 정치적 성향 아닌
배우로서 기본의식에 따른 것
시대물 일부러 기다리진 않아

김만섭, 평범한 국민 대변해
비극 안은 우리 모두의 시선

80년 광주 다룬 작품 많지만
‘택시운전사’ 좀 더 희망적
외지인 통해 새롭게 보여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포스터 속 송강호는 따사로운 봄 햇살만큼 밝다. 하지만 그의 표정 어딘가에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다. 포스터가 공개된 후 SNS에는 ‘송강호가 포스터에서 웃고 있을수록 영화는 슬프다’라는 문구가 함께 유포됐다. 배우 송강호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다.

지난해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밀정’에서 ‘이정출’ 역을 맡아 명품연기를 선보였던 송강호가 이번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김만섭’으로 관객과 만난다. 1~2년에 1편씩 꾸준히 새로운 영화로 얼굴을 스크린에 비춰주니 영화팬에겐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의 왼쪽 가슴팍에는 ‘택시운전사’의 상징인 초록색 택시 그림의 뺏지가 달려 있었다.

“귀엽고 예뻐서 달아봤어요(웃음). 자주는 아니지만 1년에 한번씩이라도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니 좋기도 하고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하기도 해요. 시대별로 조선 후기 영조부터 일제 강점기로 넘어오는데 우연히 내년 이맘때 개봉하는 영화도 70년도예요.”

▲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김만섭’ 역 맡은 송강호. (제공: ㈜쇼박스)

‘공동경비구역 JSA(2000)’부터 ‘효자동 이발사(2004)’ ‘변호인(2013)’ ‘관상(2013)’ ‘사도(2014)’ ‘밀정(2016)’ 등에 이르기까지 송강호는 다양한 시대극에 출연했다. 그는 “시대물을 일부러 찾고 기다리고 선택하진 않는다. 우리 한국영화계도 시류가 있다”며 “한때는 현대물이 90% 차지했다. 중흥기 때는 많은 현대물을 이야기했는데 시기가 지나니 고갈되는 느낌이 있고 약간 사극 쪽으로 갔다가 요즘엔 시대물로 가는 추세다. 저도 자연스럽게 시대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물론 시대물이 가진 장점이 있다. 현대물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에너지가 있다”며 “현대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직접적인 현실을 다루다 보니 그만의 재미가 있지만 시대물만의 새로운 에너지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유난히 20세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았다. 송강호는 “정치적인 의식이 뚜렷하다거나 남들보다 사회적인 정치적인 성향이 특별해서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며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봤을 때 ‘배우로서 무엇을 말할 것인가’다”고 전했다.

이어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 일련의 선택은 정치적인 성향에 따른 선택이라기보다 배우로서 기본적인 의식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만섭은 11살 딸을 키우는 홀아비 택시운전사다.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를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만큼(10만원) 돈을 준다는 말을 듣고 광주로 가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다.

▲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김만섭’ 역 맡은 송강호. (제공: ㈜쇼박스)

김만섭에 대해 송강호는 “정의로운 시민이라기보다는 가장 평범한 국민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비극적인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모든 사람의 시선”이라며 “진실을 모른 채로 비극을 안고 살아온 우리의 시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많은 예술작품이 1980년대 광주를 이야기했지만 택시운전사만은 조금 더 희망적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요. 단순히 현대사의 아픈 비극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많은 분이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외지인인 김만섭과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의 눈을 통해 새로운 시선에서 사건을 보는 것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밑바탕에 국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겠죠.”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시대의 얼굴을 대변한다. 그의 체화된 연기에 관객들은 울고 웃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슬픈 장면이든 기쁜 장면이든 슬픈 장면이든 감정의 진심이 중요하죠. 제가 진심을 전에는 이렇게 웃겼고 슬프고 기쁜 장면 그걸 계산해서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단지 그 배역이 가진 인간적인 테두리나 아우라 속에서 가장 진심 어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요. ‘저 장면을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연한 것이죠. 배우가 같으니까요(웃음).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배우의 감정이 진심이라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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