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보수 개신교계가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회원들이 서울광장 인근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보수, 맞불집회 반격 “동성애 타락한 성문화, 청소년 위험”
진보, 퀴어부스 참여 “종교 이름으로 차별·혐오 선포 안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성소수자들의 축제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보수 개신교계가 격렬하게 반대하며 맞불집회로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동성애반대국민대회준비위원회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를 열고, 동성애 반대를 외치면서 퀴어축제 중단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내린 많은 양의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한문을 가득 메웠다. 경찰들은 물리적 충돌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현장을 철저히 통제했다.

대회사를 한 김선규 목사(예장합동 총회장)는 “동성애자들은 동성애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로 본다. (퀴어축제 측은) 인권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러나 동성애는 옳고 그름의 윤리적 문제로 결코 인권의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운동을 가장해 동성애 조장과 확산을 시도하려는 퀴어축제를 국민의 이름으로 적극 반대한다”며 “서울광장을 국제적인 퀴어축제의 장으로 굳히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한국교회가) 단호하게 맞서 저지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 참석자들을 동성애자들의 행태를 꼬집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기감 감독회장 전명구 목사는 무대에 올라 “창조질서를 깨면서까지 왜곡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는 퀴어문화축제는 사회적, 도덕적 기준과 통념에 맞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모든 걸 허용할 수는 없다”며 “축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거리행진을 하며 동성애를 알리겠다는 것은 국민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성명을 내고 퀴어축제를 허용한 서울시를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선정적인 공연과 음란물을 전시하게 함으로, 청년(청소년)들이 동성애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서울시장과 퀴어축제 측을 강력히 규탄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행동 지침까지 내리며 반대 여론을 끌어내기 위해 혼신을 쏟았다. 기독교시민단체연합회 등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동성애를 인권과 성적 지향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동성애는 타락한 서구의 성문화로 사회, 문화, 윤리적으로 폐해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등은 ‘2017 동성애축제 반대행사 참가자 행동강령’이란 지침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동성애자들에게 지나치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물리적 충돌을 가하면 동성애자들의 피해자 코스프레 전략에 말려들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15일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와 무지개예수, 향린(교회)공동체 등 진보 성향 개신교단체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해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주장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반면 일부 진보성향의 기독교단체들은 성소수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퀴어문화축제에는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차세기연)’, 무지개예수, 로뎀나무그늘교회, 열린문공동체교회 등 기독교단체가 부스를 마련, 성소수자 인권보호에 나섰다.

차세기연은 성소수자 기독인들의 인터뷰 사례집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무지개예수 측은 “퀴어축제날 보수 개신교인을 중심으로 수많은 혐오·반대세력이 서울광장 주변에 모이지 않느냐”면서 “종교의 이름으로 차별과 혐오가 선포되는 그 공간에서 반대로 예수님의 공평하신 사랑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 퀴어축제-보수개신교 충돌 방지

15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올해 18회째를 맞았다.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퀴어축제는 각종 부스 행사와 도심 퍼레이드 등으로 진행됐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3번째다.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으로 부스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외에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학교 내 성소수자 동아리,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 등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등 11개국 주한 대사관도 함께했다.

하이라이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차량 9대와 함께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입구 사거리, 종로1가 사거리, 종로2가 사거리, 퇴계로2가 사거리 등을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왔다. 이날 경찰이 도심 전체에 배치돼 보수 개신교계 측과 물리적 충돌로는 번지지 않았다.

한편 퀴어문화축제는 1970년에 미국 뉴욕 시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처음 시작됐다. 한국 최초의 퀴어 퍼레이드는 2000년 9월 대학로 거리에서 50명의 참여자와 2000여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열렸으며, 2015년부터 서울광장으로 무대를 옮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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