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한국씨티은행이 박진회 은행장(왼쪽)과 송병준 노조위원장(오른쪽)이 노사합의 서명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씨티은행노동조합) ⓒ천지일보(뉴스천지)

근무환경 개선 요구 받아들이고
101개 폐쇄 계획 90개로 수정
축소 세부쟁점은 TF구성하기로

대규모 점포 폐쇄를 놓고 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던 한국씨티은행이 노사가 극적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14일 박진회 은행장과 송병준 노조위원장이 201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열어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극적 타결된 임단협 주요 합의 사항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오후 5시 강제 PC off제도 신설 ▲10영업일 연속휴가 신설 ▲사무계약직 및 창구텔러 계약직 302명 전원 정규직 전환 및 전문계약직 45명 등 총 347명 정규직 전환 ▲고용보장 및 강제적 구조조정 금지 문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전날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결과 72.9%의 찬성을 얻은 바 있다.

씨티은행은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소비자 금융점포를 올해 약 80%를 감축하겠다고 공표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쟁의 행위를 벌이며 사측과 심한 갈등을 겪는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씨티은행은 이달 7일 서울 올림픽훼미리지점, 역삼동지점, CPC강남센터, 과학기술회관 출장소, 경기 구리지점 등 5개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점포 감축을 개시했다. 이로 인해 노조의 더 큰 반발을 사자, 씨티은행은 한 발짝 물러나 노조의 근무환경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대규모 점포 폐쇄 계획에 일부만 수정하면서 비교적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안에 따라 올해 12월 1일부터 씨티은행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PC off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오후 5시가 되면 PC가 자동으로 종료돼 퇴근을 종용하게 되는 제도로, 추가 근무가 필요한 곳에 직원 재배치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과 양질의 추가일자리 창출에 노사가 함께 잠정합의를 도출하게 됐다. 이는 노사 간의 상생정신을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시중은행 최초로 지난 2004년 7월 30일 이후 입행자들에 대해 10영업일 연속 특별휴가를 신설해 10영업일간 의무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사측은 소비자 영업점 101개를 폐쇄한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해 90개만 폐쇄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는 시·도에 하나밖에 없는 지점을 대부분 살리고 11개 지점을 추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영업점 방문을 해야 하는 소비자 불편은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올해 10월 말까지 소비자 상대 영업점을 126개에서 36개로 줄이고 일부 점포를 자산관리 점포로 확대 개편해 운영하게 된다.

이같이 폐점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해소됐으나 전례 없는 대규모 점포 축소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점포 수 축소에 따른 세부 쟁점에 관해서는 노사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합리적인 운용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송병준 노조위원장은 “금번 합의는 그간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일과 삶의 균형과 시중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이해가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게 된 실질적 합의“라며 ”지금까지 은행외부에서 해당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은행내부에서 직접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14일 한국씨티은행이 박진회 은행장(왼쪽)과 송병준 노조위원장이 노사합의 서명을 한 뒤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한국씨티은행노동조합)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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