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제5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에서 동국대 국제선센터장 수불스님이 ‘화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조계종 “수불스님이 먼저 도움 요청”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후보자로 예상되는 수불스님이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선거개입 정황을 폭로했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수불스님이 먼저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은 13일 한 교계언론이 ‘총무원장 유력후보 A스님 금품살포’ 기사를 게재하자 서울 동국대 국제선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사에서 말한 A스님은 바로 나”라며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또 자승 총무원장이 본인에게 총무원장 선거 불출마를 권유하고 외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한 교계언론은 이날 “35대 총무원장 선거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A스님이 최근 전국 교구본사를 찾아다니며 선원 대중공양과 함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장단 등 소임자 스님들에까지 거액의 공양비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수불스님은 “승가의 전통처럼 이어져 온 대중공양을 문제 삼는다면 어처구니없는 처사”라며 “몇몇 교구에서 공양금을 문제 삼아 기득권과 뜻을 함께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불법 선거로 몰아가기 위한 작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사실상 자승 총무원장을 겨냥해 자신의 후보자격을 원천 봉쇄하려는 처사로 이해했다. 그러면서 자승스님이 불출마를 권유하고 외압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승스님이 나에게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이번 선거는 단일후보를 추대해 치르고, 다음에 나오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스님은 “상당히 불쾌했다. 총무원장이 얘기할 부분도 아니고, 반드시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무원장 선거를 계기로 대중공양을 문제 삼는 것은 후보자격을 원천 봉쇄하려는 종단 기득권층의 작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불스님은 “앞으로 종단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꺼이 희생하겠다”며 “단 한 표가 나와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제 입장을 가져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총무원장 선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자승스님의 차기 총무원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홍보국은 보도자료를 내고 “수불스님이 총무원장 스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총무원장 스님은 그럴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스님의 금품살포 의혹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총무원 호법부도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법부는 현재까지 수불스님이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정황조사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해인사에서 열린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는 돈 선거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일체 공양금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본사주지스님들은 본사별 대중공양 내용을 공개하고 받은 돈을 조계종 중앙선관위에 되돌려주자는 의견이 대두했으나 향후 파장 등을 고려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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