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롯데그룹을 세운 지 70년 만이다. 이제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의 경영 성과를 비롯해 현재 그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제공: 롯데그룹)

‘포스트 신격호’ 체제 확고
위기극복 리더십 발휘 주목
日기업 ‘꼬리표 떼기’ 안간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완전히 떼면서 신동빈 회장의 한일 ‘원톱’ 체제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다만, 지난 2015년부터 신 회장이 한일 ‘원롯데’ 경영을 해오고 있지만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다.

◆지주사 전환… 연내 성공할까

우선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이 지적받아온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은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6일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이 신고서를 승인할 경우 8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합병을 승인받게 된다. 주총에서 통과되면 오는 10월 1일 분할·합병된다. 이후 각 회사는 변경상장 및 재상장 심사를 거쳐 10월 30일 거래가 재개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4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기로 했다. 이후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분할은 현재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중 인적분할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지주사 전환으로 현재 67개 순환출자가 17~18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지주사 전환으로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도 높아져 경영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모습. (출처: 뉴시스)

◆미뤄진 호텔롯데 상장, 언제쯤

지난해 검찰 수사로 중단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올해 안에 호텔롯데의 상장은 어렵다는 게 롯데 측의 입장이다. 앞서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과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연기된 상황이다.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은 지난 4월 3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호텔롯데 상장 시점’에 대한 질문에 “중국 사드 영향으로 호텔롯데 주력사업인 면세점사업이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의 입장에서 중요하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가량을 일본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 과정에서 신주 발생과 구주 매출을 통해 지분이 시장에 흘러나오고 이를 한국계 등 비일본계 투자자들이 매입하면 일본계 주주 비중이 낮아지게 된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의 마지막 퍼즐로 손꼽히는 만큼 분할 등을 거쳐 지주회사와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서 지주사가 출범해도 이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재판·사드보복 등에 발목 잡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롯데그룹 총수 일가와 주요 경영진들의 경영 비리와 관련한 재판의 향방도 롯데의 앞날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다. 중국 정부 사드 보복의 표적이 돼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수장의 리더십이 절실하지만, 신 회장은 꾸준히 재판장에 서느라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하면 해외 출장을 가도라도 곧장 귀국해야만 한다.

신 회장은 현재 17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와 70억원대 뇌물혐의 등 두 가지 재판을 진행 중이다. 그는 경영 비리 이외에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부분에 대해 면세점 추가에 대한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월드점 특허권이 만료되자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하며 시내면세점 추가사업자 선정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6월 검찰의 압수 수색이 이뤄지기 직전 K스포츠 측에 지원했던 70억원을 돌려받은 바 있다.

하지만 뇌물 70억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신 회장이 한시름 덜게 됐다. 최근 감사원이 청와대 지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발급을 결정한 시점이 신 회장의 박 전 대통령 독대 시기보다 앞섰다고 밝히면서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결과로 추가사업자 선정이 결정됐다는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015년 10월 8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신동주와 화해 가능성 주목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풀어야 할 과제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뒤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 올해 6월 등 네 차례 이사직 복귀를 노렸지만 신 회장 측 표에 밀렸다.

이로써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한일 롯데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만큼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더라도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28.1%)의 대주주 위치에 있어 신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롯데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후 처음으로 독대하는 등 화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왕이면 두 형제가 그간에 분쟁과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