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김영복(60)씨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금주일기’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기 하남시 김영복씨
경찰관에서 금주 강의자로 ‘인생 2막’
일기쓰기로 하루 계획하고 지난날 성찰
“금주일기로 자신과의 약속 지켰다”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건강을 위해 금주를 한 사람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술을 끊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쓴 금주일기로 완전히 삶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12일 만난 김영복(60, 남, 경기도 하남시)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자는 김씨가 달마다 독서모임을 한다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금주일기를 쓰는 습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15년 전 지인의 권유로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하루 중 일기 쓰는 시간에 대해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나이는 40대 후반이었고, 당시 그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수서지구대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했다. 술이 삶의 낙이었을 정도로 매일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그는 “술 마시면 갈 데까지 갔다. 4차, 5차 가서 술 먹고 밖에서 정신 못 차린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렇듯 술을 좋아한 김씨였지만, 경찰 근무를 통해 수많은 사건사고를 겪고 나서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고 되돌리지 못할 실수를 저질러 인생을 망친 사람, 가까운 지인의 자녀가 술에 취해 사고로 생명을 잃은 모습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김씨가 바라본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술’이 존재했고 이런 계기로 그는 본격적인 금주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일기에 썼고 금주의 기록들을 썼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 썼던 일기장을 다시 보면 그 내용들이 나에게 전부 스승 같은 존재”라며 “꾸준한 금주일기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금주일기로 자신을 성찰한 결과 ‘굿바이 술’ ‘일선 경찰관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책도 출판하게 됐다. 김씨는 “일기를 쓰기 전에는 책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일기를 쓰면서 글쓰기 실력이 늘어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경찰 근무를 할 때 술을 마시고 일어난 사건들을 일기에 기록하고, 또 생활하면서 타인에게 느꼈던 것들을 일기에 기록함으로써 타인의 일이지만 자신에게 접목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김영복(60)씨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금주일기’를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34년간 일했던 경찰에서 명예퇴직 한 후 달마다 독서토론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할 뿐 아니라 한국청소년멘토링연합 사회적협동조합에 발기인으로 함께해 학교폭력 방지에 힘쓰고 있다. 더불어 후배 경찰관들에게 금주 강의도 하고 있다.그는 색 바랜 일기장을 보여주며 “수기로 직접 일기를 쓰면서 일기장이 한권씩 쌓여가는 성취감과 기쁨이 크고 지나간 과거에 썼던 일기장을 다시 보면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주일기 쓰는 습관으로 술을 끊게 돼 가족들도 무척 만족하고 있다”며 “일기쓰기가 가족관계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는 금주 강의가 경찰 후배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다면서 “다들 고시원에서 힘들게 공부하면서 경찰이 됐는데, 술 마시고 자제력을 잃어서 불미스러운 일이나 안 좋은 사건사고로 자신의 삶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스스로 절제하고 술 마신 것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현재 젊은 사람 못지않게 스피닝과 헬스를 하면서 몸의 건강까지 챙기는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다. 금주일기 쓰기 전과 현재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지금쯤 알코올중독자가 됐을 것”이라고 짧게 대답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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