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9일 그리스에 대한 3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안을 승인했다. 앞서 유로존 국가들은 8일 800억 유로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액 총 1100억 유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그리스 정부의 재정긴축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IMF 구제금융 지원자금 중 55억 유로는 즉각 집행되며, 연내 총 100억 유로가 그리스에 지원될 예정이다.
IMF와 유로존 국가들의 구제금융 지원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려는 조치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에, 회사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임금을 줄이고, 회사를 위해 나라를 위해 강제 퇴직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국민들은 장롱 속에 묻어 둔 금을 팔아 경제살리기에 동참했다. 대한민국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우리 국민의 저력을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국민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맸고, 너무 졸라매 현명한 소비를 강조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리스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너희 위기는 너희가 해결하라’며 국가의 위기보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불이익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국가 경제 위기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뼛속까지 느꼈고, 그래서 모든 국민이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긴축재정에 동참했었다. 그때의 아픔이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약진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노동자들은 IMF 구제금융이 결정되자, 일제히 정부를 향해 돌을 던졌다. 재정 전문가들은 그리스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며, 그들의 대처가 한국 등 기존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와 다르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라의 위기를 위해 고금리와 고강도 긴축재정을 모두 받아들이고 스스로 뼈를 깎았던 대한민국은 지금 더욱 강한 나라가 되었지만, 나라의 위기를 남의 위기처럼 비난하는 그리스 국민들을 보면서 과연 IMF 구제금융이 그리스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를 그리스 국민들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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