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천안함의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금양98호 선원 7명에 대한 영결식이 무사히 치러졌다. 살아온 생도 고단할 텐데,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을 헤매고 있을 선원들의 모습에 목이 멘다.

생업도 미루고 선뜻 배를 끌고 사고 현장에 달려간 것은 돈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었다. 내 자식 같고 내 이웃 같다는 게 생명을 담보로 망망대해에 나가게 된 이유였다. 세상 어느 나라의 민간 선주가 전 재산과 선원들의 목숨을 걸고 국가를 위해 수색에 나서겠는가. 강도를 당해 쓰러져 있는 이웃사촌도 모른 체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렇듯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은 우리 사회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귀감이요, 자랑인 것이다.

금양호 침몰이 갖는 의미가 이러한데도 정부는 유독 금양호 사태에 대해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니, 애초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천안함 수습에 정신이 나가있던 당국은 금양호를 까맣게 잊어버렸고, 실종자들의 빈소는 쓸쓸하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했다.

언론도 반성을 해야 한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영결식에 오도록 이끈 데에 여론의 역할이 컸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금양호에 관심을 기울인 언론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메이저 언론이 천안함과 북한 소행 추측설로 지면을 도배할 때도 금양호는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경쟁하다시피 부랴부랴 금양호 선원을 추켜세우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영결식은 끝났지만 아직 의사자 지정 문제가 남아있다. 의사자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복지부에서 ‘의사상자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정부가 나서서 의사자에 준하는 보상을 하겠다고 전했지만 유가족 측은 여전히 실종자들의 명예 때문에 의사자 지정을 원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서운함과 국민들의 분노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금양호 선원들이 천안함의 장병들보다 홀대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정부는 살신성인의 귀감이 된 선원들을 오래도록 기리고 앞으로도 의로운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한 이들에게 진심이 담긴 대우를 해주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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