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필자가 알고 있는 외국인 친구는 남아공 연극영화과 졸업생이다. 스티븐이라는 이 친구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남아공에서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 영어강사를 하기 위해 신청서를 낸 상태다.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K-Pop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한국 음악, 드라마, 음식, 한국어에 흥미를 가지면서 그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한국문화에 푹 매료돼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을 포함해 국내로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10대 및 20대 외국인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으며 국적도 다양하다. 이들 모두가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원동력은 바로 K-Pop이다. K-Pop에 매료된 이들은 중국, 일본, 홍콩보다 한국에 더 관심이 많다. 유튜브를 통해 ‘먹방’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K-Drama와 K-Cinema도 손수 찾아 즐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흥미로도 연결된다.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하기를 희망하는 외국인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에서 운영하는 어학당에 입학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문화를 습득하는 데 관심 있는 이들이 있다.

영어선생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은 현지에서 skype(스카이프)를 통해 국내 학교 및 학원 관계자들과 인터넷 전화를 한다.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에게 지원하게 된 배경, 영어 실력, 한국 문화 및 수업하게 될 커리큘럼에 대해 조목조목 질문을 던지고 체크한다.

스티븐 역시 스카이프를 통한 영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어떤 커리큘럼을 통해 수업방식을 적용할지,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연구하고 준비해갔다. 그의 결과는 차주 발표된다.

필자가 알고 있는 또 다른 친구인 제니퍼는 멕시칸 아메리칸이다. 애리조나에 살고 있는 그녀는 돌싱녀며 마흔을 앞두고 있다. 지드래곤의 팬인 그녀는 오는 16일 LA에서 펼쳐지는 그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이미 3달 전부터 티켓을 구매했다. 지드래곤을 통해 K-Pop을 알게 됐고, 한국음식을 좋아하게 됐으며, 자연스럽게 지금은 애리조나에서 한국어 배우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제니퍼는 한국어 문법이 좀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한국 사람과 같이 이야기하고 문화도 배우면서 조만간 친구들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의 음악과 영화는 이미 세계무대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영화 감독들과 배우들도 아이돌 그룹의 K-Pop 못지않게 빠르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진일보 중이다. 이미 이병헌이 아시아 배우에 대해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봤던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편견을 깨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한국영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 영화학도들은 이미 김지운, 봉준호, 김기덕, 박찬욱, 유하, 이창동 등 자신만의 색깔과 세계가 확실한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렉터들을 꿰차고 있다. 오히려 한국인 일반 관객들보다 폭넓은 이해력과 궁금증으로 플롯, 미장센, 트렌드, 시각적 모티프, 구조적 요소들을 디테일하게 질문한다.

그들은 다양한 장르의 범주와 드라마틱한 연출 스타일 등을 연구하고 분석하며 추후 꼭 한번 한국 감독들과 단편영화 등 다양한 실험적 작업을 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화·정보화 시대가 가져다 준 K-Pop과 K-Cinema의 막강한 영향력은 ‘한류(韓流)’라는 단어를 창조했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사랑하고 주목하는 원동력이 됐다. 20년 전 필자가 호주 유학 시 “한국이 어디에요? 일본하고 다른 나라인가요?”라고 충격적 질문을 당했던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문화적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외국인들이 오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지가 됐다. 이제 한국은 지금까지 잘 형성하고 창조한 한국 고유의 문화콘텐츠들을 잃지 않고 보존하고 성장시키는 효율적인 메카니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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