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인간은 어차피 혼자서 존재할 수 없도록, 상호 의존하여 도움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판단에 따라 서로 다른 원하는 바를 얻도록, 그렇게 창조됐고 진화돼 왔다. 지난주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수많은 과정에서 ‘정보’ 즉 ‘데이터’가 발생하고 이를 활용해 또 다른 가치가 새롭게 창출돼 왔으며, 인류의 발전은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에는 데이터는 주로 특정분야에서 특정 목적에 활용코자 수집되고, 응용되고 관리돼 왔는데, 예컨대 제약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한다거나, 컴퓨터제조사가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위해 주기억장치, 메모리 등에 대한 베타테스트를 실시한다든가, 자동차 타이어의 내구성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도로조건을 적용해 실험한다든가 하는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목적에 부합된 목적형 ‘데이터’를 생산해 왔다. 4차 산업혁명(The 4th Industry)의 주요 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는 ‘빅데이터’ 산업은 이들 독립적인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 일상생활, 습관 등까지 모든 것을 총화해 큰 그릇에 담고,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산업발전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빅데이터’는 “디지털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과거 아날로그환경에서 생성되던 데이터에 비해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주기가 매우 짧으며 수치기록은 물론 문자, 영상 등의 자료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의미한다.

최근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확장으로 우리 주변에서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즉 PC와 인터넷, 모바일 등 디지털기기의 다양화로 인해 이용 폭의 확장은 물론, 생활의 일부분으로 밀착화되면서, 이전 세대에서는 파악하기 힘들었던 사용자들의 흔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수집되고 축적되고 있다. 대다수 일반 직장인들의 하루를 돌아보면 교통카드로 결제한 후 대중교통으로 사무실에 출근하고,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 최신뉴스와 수신메일을 체크하며, 사내보안망에 접속해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퇴근 후에는 지인, 가족들과의 식사나 만남의 자리를 가진 후 신용카드로 결제, 귀가 후에는 IP-TV에 접속해 원하는 채널을 선택, 시청하며, 스마트폰 ‘유튜브’ 앱에 접속해 원하는 강좌나 동영상을 보고 들으면서 취침에 드는 반복적인 디지털 삶의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위의 패턴과 다른 양태의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들 역시 디지털환경 하에 걸쳐 있는 행동 패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인터넷쇼핑의 경우 방문자의 구매상품, 클릭횟수 및 경로를 통한 관심상품 추적이 가능하고, 은행, 증권사와 같은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인터넷 금융거래를 통해 이용자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유치하며,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집합형 오프라인 교육을 대신한 인터넷 기반 온라인교육은 활성화된 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이와 같은 현대인들의 디지털 기반 활동은 대부분 ‘로그(Log; 접속기록)’화되어 관리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데이터’ 생성자가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계와 기계, 기계와 사람 간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지능통신(M2M; Machine to Machine)을 이용해 실시간 데이터 축적 및 활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이 같은 ‘빅데이터’의 특징은 3V로 요약되는데, 데이터의 양(Volume), 생성속도(Velocity), 형태의 다양성(Variety)이 그것이다. 세계적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사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빅데이터’는 산업혁명시기의 석탄처럼 IT와 스마트혁명시기에 혁신과 경쟁력강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원천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산업으로 ‘빅데이터’ 산업이 선정된 것은 이 같은 예상과 일치하며 기본적으로 그 틀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에 인류가 무릎을 꿇은 게 바로 얼마 전이고, 이제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능가한 초월적 능력으로 놀라운 생산성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기반 없는 인공지능은 모래성에 불과하며, 인간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듯이 인공지능도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deep-learning)하고 누적된 지식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쇤베르거는 “빅데이터는 스마트폰의 출현과 비교할 수 없는 인류역사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어떤 미래를 이끌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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