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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마음은 항상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지만 어느 한구석 계면쩍은 느낌을 가지고 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누군가는 욕심이라고도 말하고 누군가는 끼라고도 말한다. 심한 표현으로 아직 배가 덜 고팠구나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개인과 개인은 분명히 차별이 있다. 그래서 그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사회적으로 큰 파란을 일으킬 때도 있겠지만 차이점이 스스로에게는 오히려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다.

바바렐라 호는 영화 바바렐라(Barbarella, 1968)를 보고 만든 가상의 우주 비행기다. 여전사 바바렐라가 과학자 듀란듀란을 찾으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만든 영화 바바렐라는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우스꽝스러운 소재를 바탕으로 만든 공상과학 영화다.

자기만의 가치가 충실히 실현되면 자신만의 영역을 보여 줄 수 있다. 바바렐라 호는 자기 속으로 들어가는 시그널이다. 자기의 내면의 생각을 형태에 투영하면서 만들어진다. 형태의 방향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시큰둥한 느낌으로 그 형태를 잡아간다. 마치 자동기술법 방식처럼 그리는 과정에 다음을 생각하고 덧붙여가는 방식으로 자신을 투영한다.

보물을 찾아내는 마음으로 자신 속 깊숙이 파고들기 위한 상상속의 비행기가 있다면 그 비행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행기는 아닐 것이다. 추진력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도 없고 공기의 저항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물며 창문의 유무도 생각 없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하나하나 기준 없이 만들어도 됨직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가지는 생각 하나만큼은 강조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주둥이처럼 앞으로 쭉 벋어 나온 사각 박스는 돋보이고 싶은 욕망의 흔적, 둥근 형태에서 시선을 끄는 것이라 생각한다. 천리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은 상상만으로 그려졌지만 4개의 안정된 다리가 있어서 언제라도 바닥에 안착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둥근 승강기가 내려와서 손쉽게 우주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많은 배려심이 있는 우주선 설계를 넌지시 보여주는 꼴이 된다. 어쩔 수 없이 편안한 느낌을 형태로 나타낸다.

덕지덕지 장식적인 요소가 방패위에 붙어 있듯이 표현된다. 마치 방어용 방패처럼 보이지만 화려한 장식이 있어서 모순적인 그림 같아 보인다. 왜 방패에 장식이 있을까? 그것이 바바렐라 호의 매력인 것 같다. 꼭 백치의 미학이 숨어 있는 같다. 장식은 잔뜩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백치의 미학이다.

장식적 요소가 많지만 정작 한 것은 없어 보이는 실속 없는 그림의 전형이다. 그래서 무의미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고 의미의 무의미는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여서 뭉글뭉글 자신의 생각이 정리된다면 자신의 색깔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바라는 마음은 인류 문화를 발전 시켜 온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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