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가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해 운전자는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고 있고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고 있는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자율주행차, 자동차 사고와 방지 등 삶의 질 향상
2020~2035년 상용화 시대 앞두고 관련산업 발전
법·제도 미비, 안전위협… 통합된 컨트롤타워 필요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올해 초 국내에 출시한 수입자동차 BMW ‘7세대 뉴 5시리즈’를 직접 타봤을 때 눈여겨봤던 점은 목적지까지 차량 스스로 운전한 ‘자율주행기술’이었다.

당시 시승 차량은 서울 삼성동을 출발해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약 133㎞ 거리 대부분을 이 차의 부분자율주행 기술인 ‘퍼스널 코파일럿’을 작동해 움직였다. 가속·제동 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대를 조작하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의 운전을 차량이 스스로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10세대 E클래스’가 국내에 출시됐는데 이 차에도 부분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됐다. 벽에 충돌하기 직전 긴급히 차량을 세운다든지, 손 하나 대지 않고 자동 주차를 한다든지 다양한 자율주행기술을 경험할 수 있었다.

두 차종 모두 최상위 모델이 아닌 가장 많이 판매가 되는 중간급의 주력 모델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약 5년 내에 부분·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두고 자동차는 지금 시점에서도 어느 정도 완전자율주행차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엔진 등 기계적인 부품이 결합된 자동차에서 정보기술(IT)과 초연결(커넥티비티)이 함께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고 있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이 창출되면서 미래 사회를 향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 BMW 뉴5시리즈 차량을 타고 부분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해 거의 자동으로 주행하고 있는 모습. 운전자는 운전대에 손만 대고 있고 발은 떼고 차량이 주행과 가감속을 보조하며 주행하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자율주행차, 車사고·교통혼잡 줄여”

자율주행차의 장점은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산업연구원(KIET)이 올해 3월 초에 발표한 ‘스마트자동차의 산업생태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경에는 자율주행차가 시판되면서 관련시장이 확대되고 2035년경에는 전 세계에서 2000만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판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산업분야에서의 성장도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스마트자동차 관련 기업수는 연평균 9.4%로 거의 두 자릿수에 가깝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900여개에 이르렀던 스마트자동차 관련 기업이 2015년에는 1600여개 기업을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는 더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 혼잡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자동차안전연구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초청된 데이비드 스트릭랜드 전(前) 미국 도로교통안전청장은 ‘자율주행차를 위한 도전과 혁신’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교통사고 감소와 고령자 등 교통 약자에게 도움이 되고 교통 혼잡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릭랜드 전 청장은 “미국에서 모든 차 사고의 94%는 사람이 잘못해서 나는데, 스마트폰을 보는 등 딴 짓을 한다든지, 졸음운전, 음주운전, 공격적으로 차를 모는 등의 행위로 사고를 낸다”며 “자율주행차는 이러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자율자동차 상용화를 위해서 위험성과 불량률을 줄이고, 이중화 조치로 주행 중 하나가 잘못되면 다른 쪽에서 대체할 수 있도록 구성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을 만큼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우리의 과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 전 세계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대수 전망 (자료출처: 각 도표 참고)

◆車·IT·통신·도로의 융합… 공유차 서비스

자율주행차 기술은 날로 발달하고 있고 관련 서비스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무인차는 2009년 구글이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해 2010년 첫 모델을 공개했다. 이후 독일 BMW, 미국 GM, 일본 토요타 등도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음을 알렸다.

구글과 같은 IT서비스 업체들은 PC나 모바일 플랫폼에서 스마트자동차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하도록 변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IT업체 네이버가 국토교통부에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 받아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한 시운전에 돌입했다.

이처럼 자동차에 국한됐던 산업이 자율주행차 시대로 다가가면서 차선이탈방지나 전면충돌방지 등이 작동하게 하는 ‘첨단운전자지원 시스템(ADAS)’ ‘카메라와 센서기술’ 기술들이 융합되고 있다. 향후 차량 운행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인공지능(AI)’과 이러한 판단을 하기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반영될 예정이고, 사고를 예측하거나 사고 상황을 공유하는 차량과 차량 간(V2V), 차량과 도로 간(V2I)의 소통을 위한 5세대(5G) 통신기술도 요구되고 있어 관련 기술들을 가진 IT·통신 업체와의 융합도 이뤄진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완성차 업체 BMW와 통신업체 SKT는 5G 통신기술이 융합된 ‘5G 커넥티드카 T5’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선보인 바 있다. 앞 차에서 사고가 난 상황을 연출하고 뒤에 있는 차량은 이를 5G 통신을 통해 전달 받아 스스로 제동을 걸고 대기하거나 우회도로를 찾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또한 국토부는 올해 1월 50여명의 산학연 전문가와 함께 시작해 지난 4월 제6회를 맞이한 ‘4차 산업혁명 발전포럼’을 통해 스마트 도로·교통서비스 혁신안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교통상황 맞춤형 신호제어, 자율주행 버스·택시, 스마트 파킹 등 자동차와 도로가 융합된 모습의 차세대 도로의 모습을 제시했다.

자율주행차 시대는 단순히 기업 간의 융합을 넘어 공유차 서비스로 변화를 예고한다. 지난해 테크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택시에 접목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리프트(Lyft)와 연계해 자율주행 전기택시를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구글은 모기업 알파벳이 피아트크라이슬러와 공동으로 미니벤 퍼시피카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올해부터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세계 최대 체인을 보유한 우버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가까운 미래에 차량과 사물(V2X)이 서로 연동된 초연결 도시(커넥티드 타운)의 모습 가상도 (자료: 국토교통부)

◆통합된 거버넌스와 법·제도 필요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와 법의 개선이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12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율주행차의 실제 도로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 제네시스가 실 도로주행 허가 1호차다.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한 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금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손해배상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상충하는 법도 있다. 자율주행의 최종 단계인 운전자가 운전석에 없는 경우는 현재의 도로교통법 49조에 저촉된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현재 자율주행차가 임시허가를 받고 실제 도로를 주행하고 있지만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아서 달리는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기술개발부터 인프라 구축까지 연계해 지원하기 위한 통합된 거버넌스(공공경영)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운수부(DOT)에서 커넥티드카 연구 프로그램을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일본은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련 정부부처와 표준기관 등을 통합해 IT전략본부를 상위 기관으로 두고 ‘스마트 도로’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차량기술 개발 전략 수립을, 국토부가 인프라 구축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서비스와 콘텐츠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등 분리돼 있어 일원화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또 기술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법·제도 정비를 통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서비스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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