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은 7일 총회를 열어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할 이 새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이날 투표에서 122개국이 찬성했고, 네덜란드는 반대를, 싱가포르는 기권을 선택했다. 투표 이후 전광판에 투표 상황이 공개된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명승일·이솜 기자] 유엔(UN)이 7일(현지시간)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목표로 하는 핵무기 전면 금지 국제협약을 채택했지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주요국가는 모두 협약에 참여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미국과 러시아 등이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위선적인 모습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총회를 열어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할 ‘유엔(UN) 핵무기 금지협약’을 채택했다. 122개국이 찬성했고 네덜란드는 반대하고 싱가포르는 기권했다. 엘레인 화이트 고메즈 유엔 주재 코스타리카 대사는 이날 제네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20여년 만에 체결되는 최초의 다자간 핵 군축 협약”이라고 평가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할 협약 초안에 따르면, 핵무기 등 핵폭발 장치의 개발과 실험, 생산, 제조, 획득, 보유, 비축 등 모든 핵무기와 관련한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무기 등 핵폭발 장치를 이용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다. 반면 지난 1968년 채택된 NPT는 비(非)핵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대해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동시에 금지한다. NPT는 오는 2020년이면 발효 50주년을 맞는다.

이번 협약은 9월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모든 회원국이 서명할 수 있도록 공개된다. 회원국이 비준서, 수락서, 승인서, 가입서를 제출하면 90일 내에 협약의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유엔총회의 위임을 받은 반핵국가 패널은 지난달 5월 22일(현지시간) 핵무기 전면 폐기를 목표로 하는 협약의 초안을 제출했다.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 멕시코, 브라질,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도한 이 패널은 수백개의 비정부기구(NGO)와 연대해 새로운 핵무기 개발 금지는 물론 기존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123개 유엔 회원국이 찬성해 지난 3월 뉴욕에서 첫 협상이 시작됐고, 오스트리아와 멕시코가 초안 작성을 이끌었다.

하지만 유엔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1/3은 이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더욱이 유엔 회원국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유엔의 설립 목적과 어긋나며,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미국과 러시아 등이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번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공인 핵보유국은 ‘핵억지력’을 이유로 표결에 불참했다. 그동안 미국 등 핵보유국은 새로운 협약보다 NPT 보완을 고수해 왔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비공인 핵보유국과 잠재 핵보유국 북한도 불참했다.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도 네덜란드가 반대표를 던졌을 뿐, 나머지는 모두 불참했다. 우리나라와 피폭국가인 일본은 북한 핵무기 위협을 거론하며 협약에 반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협약에 대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위협을 비롯한 국제 안보 환경의 현실을 무시한 협약”이라며 “핵억지력은 유지하되, NPT에 남아 핵무기 확산을 막고 핵무기 비축량을 줄이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비정부기구 국제핵전쟁예방 의사연맹 공동의장인 이라 헬판드는 미국 CNN 방송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약 7000기의 핵무기를 지녀 전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며 “만일 미국이 핵무기 없는 세계 안보 환경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찬성에 투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부기구(NGO)인 ‘피스액션’의 존 레인워터 이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는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