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어떻게 펼쳐갈지 관심과 기대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성평등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여성가족부의 기능 강화와 함께 (대통령직속)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여성가족부가 총괄하여 추진해 오고 있다.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할 때는 여성정책의 주류화를 위하여 정부 여성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여성의 참여와 역할증진을 위하여 여성인적자원 개발업무를 강화하며, 여성인권보호를 위해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 업무를 집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부터는 통합적 가족정책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가족정책을 수립·조정·지원하는 기능을 더해 여성가족부로 개편했다.

올해로 출범 16년을 넘긴 여성가족부는 1년 예산이 전체 정부 지출예산의 0.18%를 차지하고 251명 인원이 일하고 있는 작은 조직으로 주무부처 기능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양성평등기본법에 의해 설치된 양성평등위원회는 직속 사무국도 없이 1년에 940만원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정책의 주류화, 여성인권 보장, 청소년 및 가족에 대한 업무를 제대로 하기에는 인적, 물적 자원의 보강이 절실하다. 정부업무 평가지표에 성평등을 주요소로 넣고, 각 부처의 성평등 관련 예산을 사전에 심의하는 등 구체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평등 정책은 복지, 노동, 인권, 교육, 문화 등 여러 부처와 상호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 17개 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로서는 각 부처를 가로지르며 조정기능을 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같은 기능은 대통령직속 성평등위원회에서 효율적으로 추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여성가족부와 성평등위원회의 역할중복을 우려하기도 한다. 따라서 두 기구가 ‘상쇄’가 아닌 ‘상생’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역할을 조율하는 것은 기본이다. 즉, 여성가족부는 상시적인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성평등위원회는 중앙부처가 수립한 성평등 목표 및 성주류화 기본계획의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이원화 하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대응 정책을 예로 들면, 성평등위원회에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국가적인 조정탑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권익증진국의 업무인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폭력피해 이주여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아동·청소년 성 인권교육,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등을 더욱 힘 있게 추진하도록 한다. 성평등위원회는 경찰청, 검찰청, 법무부,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퍼져있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법적 권리와 지원, 예산 등 구체적인 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모색해볼 수 있다.

여성의 삶의 질과 권리 향상, 성별격차 해소, 성주류화, 성평등 문화를 위한 여성가족부와 성평등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좀 더 다양한 상상력을 모아서 추진해 갈 것을 제안하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성평등 정책 의지가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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