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학살 장본인 연기
전작 ‘동주’보다 연기 편했다
“대본 읽다 보니 너무 미워”
얄미운 머리모양 직접 제안
“명품조연이라는 평가 감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일제 강점기 일본 중심부에서 항일운동을 펼치며 역사상 첫 조선인 대역 죄인이 돼 재판장에 서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열의 이야기가 영화로 탄생해 박스오피스 1위(5일 현재)를 기록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은 9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간토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젊은이들의 이야기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을 이끄는 인물은 박열 외에 가네코 후미코, 일본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다. 미즈노 렌타로 역을 맡아 ‘박열’을 이끈 배우 김인우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중심부에서 항일운동을 펼치며 역사상 첫 조선인 대역 죄인이 돼 재판장에 서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열의 이야기가 영화로 탄생해 박스오피스 1위(5일 현재)를 기록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은 9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간토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젊은이들의 이야기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을 이끄는 인물은 박열 외에 가네코 후미코, 일본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다.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 최희서와 김인우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법과 체계는 사법대신이 지키세요! 난 내 나라, 내 국민, 천황폐하를 지킬 겁니다.”
영화 ‘암살’ ‘아가씨’ ‘동주’ 등에서 인상 깊은 일본인을 연기한 배우 김인우는 이번 영화에서 광기에 사로잡혀 악랄한 만행을 저지르는 미즈로 렌타로로 분했다. 그간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등장해 그의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박열과 대립하며 다른 장소에서 영화를 이끌어 간다. 그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 끼쳤고, 쉽게 잊히지 않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인우를 만났다. 영화에서 본 강렬하고 무서웠던 미즈노 렌타로는 없고 순박하고 해맑은 김인우가 기자를 맞이했다.
“명품조연이라는 평가요? 고마운 일이죠. 그래도 명품은 아닌 것 같아요.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영화에서 비열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내며 폭발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출연한 장면을 눈뜨고 볼 수 없었다. 김인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진땀이 났다. 제발 내 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나왔고, 나올 때마다 착잡하고 마음이 초조했다”며 “왜 이렇게 연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동주’에서도 악역을 맡았지만 상황은 매우 달랐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동주보다 편했다. 동주는 없는 사람을 표현했지만 미즈노 렌타로는 자료가 있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아버지는 누구신지 어느 정도 자료 볼 수 있었다”며 “신기하게 사진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있어서 동주에 비해 쉽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역을 맡고 그는 미즈노 렌타로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김인우는 “대본을 읽다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없었으면 그런 학살이 없었을지도 모르고 이런 역사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간토 대학살에 대해선 조부모님들이 가르쳐 주셔서 알았다. 하지만 박열에 대한 것은 시나리오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캐릭터 분석이 끝난 후 그는 미즈노 렌타로가 됐다. 김인우는 “미즈노 렌타로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나는 국가를 위해서 하는 것뿐이다. 이 모든 일은 국가를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올바른 길이다. 국가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톤 앤 매너를 위해 그는 고함만 지르는 다른 악역처럼 연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김인우는 “시나리오 읽고 고함지르는 부분을 삭제했다. 대본에서 소리를 지르는 부분이 있는데 악역이라고 계속 소리 지르면 관객이 지루해할 것 같아서 최대한 없앴다”며 “머리 모양도 얄밉게 하고 싶어서 가운데 가르마를 하자고 분장 실장님께 제안했다. 분장 실장님이 날개처럼 끝을 올려보자고 하셨다. 잘 어울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미즈노 렌타로의 표정에서 그의 악함이 드러난다. 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는 “표정은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 온몸으로 느끼면 그냥 쓸려 나온다. 표정을 앞세우면 관객들이 곧바로 안다. 그것은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며 “배우는 몸으로 전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전달할 때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마음이 안 움직이고 얼굴만 움직이면 미세한 것도 다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