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아 열연한 최희서. ⓒ천지일보(뉴스천지)

탄탄한 연기 내공 펼쳐
10년 연기 생활, 첫 주연
“인생의 대표작 중 하나될 것”
“기존 일제시대 영화와 달라
시원한 한방 먹이는 영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일제 강점기 일본 중심부에서 항일운동을 펼치며 역사상 첫 조선인 대역 죄인이 돼 재판장에 서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열의 이야기가 영화로 탄생해 박스오피스 1위(5일 현재)를 기록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은 9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간토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젊은이들의 이야기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을 이끄는 인물은 박열 외에 가네코 후미코, 일본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다.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배우 최희서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동거합시다. 나도 아나키스트입니다.”

박열과의 첫 만남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쉽게 잊을 수 없는 말을 한다. 당차게 말하지만 가네코 후미코의 눈엔 무엇인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다. 최희서의 연기력이 100% 발휘한 부분이다.

▲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아 열연한 최희서. ⓒ천지일보(뉴스천지)

영화 ‘동주’에서 ‘쿠미’역을 통해 적은 분량에도 완벽한 일본어 구사와 섬세한 감성 연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최희서가 이번엔 조선 독립에 앞장서고, 일본제국을 부정했던 강인한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열연했다.

“제 인생 대표작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10년 동안 연기했는데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고, 많은 분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셔서 제 커리어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고 아담한 체형, 뚜렷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최희서는 민낯으로 열연했던 영화에서와 달리 예쁘게 단장한 모습으로 영화 박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만나기 어려웠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을 떠나서 매력적이고 훌륭한 여성인 가네코 후미코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했다는 것 자체를 다른 역할을 맡아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영화 동주 이후 그는 이준익 감독의 선택을 받아 단박에 박열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이준익 감독의 뮤즈가 된 소감을 묻자 최희서는 “너무나 영광이고 얼떨떨한 기분이다.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런 수식어뿐 아니라 이준익 감독님, 이제훈 선배와 같이 연기하고 홍보하면서 내가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랑 함께 했다는 게 감사하고 아직도 믿겨 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아 열연한 최희서. ⓒ천지일보(뉴스천지)

그가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이준익 감독의 뮤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완벽한 일본어 구사력과 연기에 대한 열정도 한몫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본인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여성이에요. 아나키스트이면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강해 보이는 면이 있어요. 사실 자서전에서 보면 가네코 후미코는 학대당하고 무시당한 설움으로 가득 찬 유년기가 있어서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했어요. 그의 강인함 속에 아픔이 있다는 점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최희서는 배역을 맡게 된 시점부터 자서전과 일본 신문 등 가네코 후미코의 모든 기록을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최희서는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쓴 자서전인데도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다. 소설처럼 잘 쓰여 있다”며 “책을 읽고 난 후 가네코 후미코 내면의 아픔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시나리오에서는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 제 내면에 쌓고 그 이후에 캐릭터를 만들어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사람의 한국어 발음을 위해 한글을 히라가나로 바꿔서 외웠다. 그는 “일본사람이 한국말을 들을 때 히라가나로 들을 것 같았다. 한국어를 어눌하게 해야 하는데 할 방법은 내가 일본인이라고 가정하는 것이었다”며 “‘어떻게 알았어요’라는 대사를 히라가나로 바꿔서 ‘오똫게 알았어요’ 등으로 발음했다”고 말했다.

“박열은 지금까지 나왔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는 다르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줄 영화에요. 그동안 일본인은 나쁘게 그려졌지만 착하고 의식 있는 일본인이 등장하죠. 또 박열이나 후미코처럼 핍박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본인을 괴롭히는 권력을 조롱하고 시원한 한방을 먹이는 영화에요.”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