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쌀

우대식(1965~  )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 보면 
쌀뜬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 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빛나는 밥 알갱이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잊지는 않으리
털이 숭숭 난 손으로 씻던
그 하,얀,

 

[시평]

티브이에서 보여주는 광고 중, 전쟁과 가난으로 살기 힘든 나라의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광고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 가난과 질병으로 아픈 엄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슬픈 눈망울.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는 엄마를 잃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고, 엄마는 이 어린아이를 어떻게 두고 떠나야 하나, 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본다고.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는다는 것, 참으로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돌봄을 받으며 자라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히 담겨진 시이다. 엄마 대신 밥을 해주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털이 숭숭 난 손을 바라보면서, 아이는 몇 번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털이 숭숭 난 손으로 밥을 짓기 위하여 쌀을 씻는데, 쌀 속에 둥둥 뜨는 검은 쌀벌레 바구미, 그 바구미를 보며,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구나, 하며 자신을 바라본다.

쌀물 위로 뜨는 바구미 같은, 가녀린 어린 아들을 위해 몇 번이고 쌀을 씻어, 석유곤로 위에 냄비를 올려 밥을 짓는 아버지. 몇 번을 부르르 부르르 떨고는 이내 흰쌀밥이 되는, 그리고는 그 밥을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싸는 아버지. 아버지의 털이 숭숭 난 손, 그리고 그 손으로 지은 흰, 쌀, 밥.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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