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년 전 마을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하회마을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이현정 기자] 웅크린 꽃망울이 봄볕에 기지개를 펴고 낙동강 줄기 따라 나룻배가 부용대(芙蓉臺) 앞을 유연자적 흘러가고 있는 안동하회마을. 4월 중순 하회탈이 살아 숨 쉬는 곳, 하회의 봄을 만나 보았다.

◆하회마을에 없는 2가지

하회마을은 타 마을과 다르게 우물과 돌담이 없는데 이는 지형적 특색 때문이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어 이것을 풍수지리적으로 태극형·연화부수형·행주형이라고 일컫는다. 때문에 마을 이름도 물 하(河), 돌아올 회(回) ‘하회’이다.

그렇다면 우물과 돌담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하회마을 지형이 짐을 싣고 떠나는 뱃머리를 닮은 행주형(行舟形)이기 때문에 마을에 우물을 파면 배에 구멍을 내는 꼴이 되고, 돌담을 쌓으면 배에 돌을 실어 침몰하게 되는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이런 지형적 특색을 고려해 우물과 돌담을 마을에서 배제시킨 주민들의 조금은 유별난 행동이 600년 넘게 마을의 전통을 지켜올 수 있는 힘이 됐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 관광지이자 삶의 터전인 하회마을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손수 논과 밭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선시대에 웬 드럼세탁기?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柳氏)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동성마을로 와가(瓦家: 기와집)와 초가(草家)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종종 관광객들이 하회마을을 ‘한국민속촌’과 같이 인공 민속촌으로 착각하지만 엄연히 주민이 살고 있는 자연부락이자 행정구역이다.

이에 조선시대 사대부집 부엌에 냉장고가 있고, 드럼세탁기가 있다는 것에 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적잖게 놀라기도 한다. 마을전체가 중요민속자료(제122호)로 지정돼 함부로 집을 신축하거나 재건축할 수 없고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마을주민에게 아궁이에 불 피우며 살 것을 요구하는 것은 큰 고통일 것이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나는 어느 한 가옥에 방문했을 때, 실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집안 정리가 한창인 집주인을 만났다.

“지금 댁으로 누가 오십니까?”라는 질문에 집주인은 “전통가옥을 체험하기 위해 중요한 손님들이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혹여 방해가 될까 발걸음을 돌릴 때쯤 “관광 오셨죠? 한옥에 대해 설명해 드릴까요?”라고 말하는 집주인.
그는 순식간에 즉석문화해설사가 되어 한옥 집의 특성과 명칭, 양반집안 며느리의 남모를 고충등 집안에서 벌어진 에피소드까지 설명해줬다.

하회 주민들은 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100% 만족시킬 순 없다. 그러나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처음 보는 이에게 아낌없이 개방하고 가옥에 담긴세월을 전달해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해준다.

 

 

 

 

▲ 평일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하회마을을 찾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옥’통하였느냐?

최근 찾은 하회마을은 평일에도 초·중·고등학교 현장학습 및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얼었던 날씨가 풀리고 봄꽃도 피어나는 계절이라 단체관광 및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띈다.

휠체어를 타면서 마을을 둘러보는 외국인 몇 명은 그저 우리 전통한옥에 매료된 듯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이 하회를 방문한 것을 보면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인증한 셈이다.

또 하회마을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추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젊은 관광객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회를 찾았을 때 평일에도 일본인 관광객을 적잖게 만나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제2의 한류 붐이 배우 류시원의 생가가 하회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려줬나 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회마을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 모두의 눈에는 우리나라 전통가옥인 ‘한옥의 미’가 통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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