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 안동하회마을 전경 (자료제공: 안동시)

[뉴스천지=정인선 기자] 풍산 류 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지켜온 안동하회마을은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며, 와가(瓦家)와 초가(草架) 등 전통 민속마을의 모습을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해 온 가장 한국적인 곳이다.

이에 하회마을은 한국 고유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으며, 1984년 국가지정문화재로는 최초로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안동하회마을 보존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힘쓰고 있는 하회마을보존회 류충하(59, 서애 선생 14대손) 씨. 그는 “안동하회마을은 600여 년간 유교 문화와 전통을 지켜왔고, 현재에도 120여 가구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부락인 점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비정부기구인 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도 “안동하회마을은 한국의 유교 양반마을이 갖춰야 할 종가, 정자, 서당, 서원, 사당 등의 특성을 잘 갖추면서도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인 보편적 가치, 진정성, 완전성을 만족시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회마을은 서애 류성룡 등 불천위제사를 모시는 분이 5명이나 될 정도로 빼어난 유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기에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런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듯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바람은 안동하회마을의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하회마을 진입 1㎞ 전부터 차량 출입금지로 마을까지 걸어가거나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며, 주차장, 매표소, 관리사무소 등이 마을 밖으로 이전됐다. 이로 인해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마을의 철저한 원형보존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관광객만의 몫은 아니다. 하회마을이 국가의 민속자료로 지정된 이후 주민들은 큰 불편과 제약을 안고 있지만 원형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희생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류충하 회장은 “일부 관광객들이 냉장고, 전기밥솥 등을 보고 도시와 다를 것이 없어 불평하는 부분도 있지만 주민들이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조선시대 삶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해와 배려를 부탁했다.

이어 류 회장은 “주민들의 편의와 전통마을의 이상적인 모습을 잘 절충해 한국 고유의 전통 민속마을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류충하 회장은 하회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외형적 보존만이 아닌 삶과 문화가 공존하며 역사와 전통 먹거리 등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류 회장은 “하회마을이 한국 고유의 전통마을이요,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전통만 있을 뿐 사람들이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충(忠), 효(孝) 등의 유교적 이념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런 현실을 깨고 참된 정신문화의 수도, 한국 고유의 전통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식변화와 함께 행정기관의 예산과 인력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류 회장은 “외형적 원형보존과 그 안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공간을 마련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고 하회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체험을 통해 무언가 얻고 마음에 담아갈 수 있는 마을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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