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제공: 선플운동본부) ⓒ천지일보(뉴스천지)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악플, 사람 향해 쏘는 탄환”
학생 선플 계기돼 본격 활동
선플 지도교사 양성해 교육
악플피해 법률상담도 준비중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선플(착한 댓글)을 달면 세 사람이 행복해집니다. 선플을 받는 사람, 보는 사람, 쓰는 사람입니다. 선플로 인터넷상에 건전한 토론문화가 형성되고 긍정적 에너지가 확산되면 250조원으로 추산되는 한국의 사회갈등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사용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가 발전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받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일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 속에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타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할 수도 있는 ‘악성댓글(악플)’이라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악플을 막기 위해 10년간 ‘선플운동’을 진행해 온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경희대학교 특임교수)을 통해 악플의 심각성과 선플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민 이사장은 악플에 대해 “사람의 영혼을 향해 쏘는 탄환과도 같다”면서 “장난삼아 쓴 악플이 상대를 향해 쏜 총알이 돼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고 때로는 생명까지 버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악플의 피해는 연예인,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청소년에게까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악플을 견디다 못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한 건수는 1만 5000건에 이른다. 핀란드에서는 악플이 청소년에게 우울증이나 불안증세 등 정신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민 이사장은 10년 전부터 악플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며 선플운동을 진행해왔다. 그는 지난 2007년 1월 한 유명 여가수가 악플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중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어떻게 인터넷 댓글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 속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게 됐다.

“악플로 힘들어하는 연예인의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서 인신공격성 악플을 단 사람에게는 그 악플이 왜 잘못 됐는지를 적고, 악플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플을 달아주도록 했습니다.”

민 이사장의 과제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악플로 상처를 많이 받으셨을 텐데 힘내세요!’ ‘악플을 달아본 적이 있는데 이제부터는 악플을 달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등 순식간에 5700개의 아름다운 선플이 인터넷에 올라오게 됐다.

민 이사장은 “선플달기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악플의 폐해를 알게 됐고, 선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이것이 계기가 돼 선플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지난 2007년 5월 23일 선플운동본부를 정식으로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선플운동본부는 선플 지도교사를 양성해 청소년에게 악플 폐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선플운동의 필요성을 알게 하는 ‘선플교육’을 꾸준히 해왔다.

또 학생이 직접 시민에게 악플의 폐해를 알리는 ‘거리캠페인’ ‘선플음악회’ ‘선플선언식’ 등도 열었다. 현재 선플운동에는 7000여개의 학교와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65만명의 회원이 인터넷상에 올린 선플은 700만개를 넘었다. 민 이사장은 네티즌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선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플운동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악플에 대한 네티즌의 인식 개선”이라며 “지난 2007년 당시 네티즌은 악플을 다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했는데 점차 악플이 타인의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 이사장은 선플을 통해 건전한 토론 문화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는 “선플은 감정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공격하는 네티즌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을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해 준다”며 “작게는 하나의 게시판이 건전한 토론문화로 바뀌게 되지만 선플이 쌓이면 사회 전체에 긍정에너지를 불어넣어 사회갈등을 크게 줄이고 더 밝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 이사장은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청소년선플SNS기자단이 선정한 국회의원 아름다운말 선플상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의원선플상’은 300여명의 청소년선플SNS기자단 학생이 국회회의록시스템 분석해 의정활동 중 선플을 실천하는 국회의원을 선정하고, 청소년이 직접 국회의원에게 상패를 수여하는 의미 있는 상이다.

민 이사장은 현직 변호사로 구성돼 악플 피해자를 무료법률지원·상담하는 ‘SNS 선플인권위원회’를 구성하고 악플피해 법률상담 사이트도 개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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