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재단이사회가 3일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를 재단이사장으로 취임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독교방송(CBS) 목동 본사 사옥. ⓒ천지일보(뉴스천지)

CBS 양대 노조에 이어 예장통합 목회자까지 집단 성명
“즉각 이사장직에서 사퇴해야… 교회연합사업 교란 책임”

▲ 김근상 CBS 신임이사장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근상(65) 대한성공회 전 의장주교가 비위 의혹에도 3일 기독교방송(CBS) 신임 이사장으로 공식 취임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근상 주교의 CBS 이사장직 사퇴와 취임을 반대해온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목회자 단체들은 내부적으로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CBS 노동조합 등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뿐 아니라 대한성공회의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상임위원회는 지난달 말 ‘현직 성직자만이 외부 공직에 파견될 수 있다’는 교단 내 법규를 들어 김 주교 CBS 이사장직 취소를 CBS 재단이사회에 요청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CBS 논란이 개신교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김근상 주교는 대한성공회가 위탁 운영하던 구리요양원 금품 상납 의혹과 성공회 빌딩 임대 관리 과정에서 재정상납 의혹에 휩싸여 지난 4월 성공회를 대표하는 의장주교직에서 조기 사퇴했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인 것이다.

김근상 주교의 금품 상납 의혹으로 대한성공회는 청렴하고 건전한 교단의 이미지가 일순간 무너져 충격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3일 서울 CBS 목동 사옥에서 신임이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김 주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이때, CBS가 내일의 교회를 만들어 가는 데 직원들은 물론 모든 (한국)교회가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 주교의 바람과는 달리 이사장 취임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성공회, 김근상 주교 CBS 파송이사 취소

우선 대한성공회의 조치가 심상치가 않다. 지난 5월 성공회 주교원의 권고에 따라 김 주교의 CBS 이사직 취소가 결정되고, 성공회의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상임위원회는 6월말 회의에서 ‘김 주교의 CBS 파송이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최종 입장을 공표한 것이다.

성공회 헌장 법규 제36조 7호 2항의 ‘교단 대표는 주교원에서 의하여 의장주교가 추천한다. 단 성직자의 경우에는 현직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에 성공회는 CBS재단이사 측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6월 30일 교무원을 통해 전달했다. 그동안 있어왔던 주교원 차원의 의례적인 권고가 아닌 유례없이 신속하게 진행된 교단 총회격의 결의라 사안의 중대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회는 교단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김 주교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CBS이사장으로 올라선 것에 대해 불만을 넘어 교단의 조치를 정면도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교단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성공회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CBS노조, 정관 무시한 이사회 성토

CBS이사회는 김 주교의 이사장 취임식을 강행함에 따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공회와 CBS 간 갈등의 불씨가 교계로 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CBS이사회는 김 주교의 비위 의혹이 성공회 내부 논란일 뿐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CBS 양대 노동조합(C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은 김 주교를 후임 이사장으로 선임을 줄기차게 반대해 왔다. 최근에는 ‘김근상 주교는 CBS 재단이사장직을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CBS 노동조합은 “교단이 인정하지 않는 파송이사를, 더구나 비위 논란으로 이런 망신스런 상황까지 오게 만든 당사자를 이사들의 대표, CBS를 대표하는 자리에 앉히는 일은 당장 취소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이번 파문으로 김근상 주교와 CBS, 재단이사회가 공교단의 결정을 무시하고 교회연합사업을 교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 CBS지부는 ‘재단이사회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한다’는 성명에서 CBS재단이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CBS지부는 “설마 대한성공회의 공식 결의에 따른 문서까지 무시하고야 말 것인가”라며 “결국은 성공회가 재단이사회를 향해 ‘이사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등의 소송을 걸고, 이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처참한 상황을 재단이사회가 정말 바라느냐”

고 비판을 가했다.

또 ‘법인의 이사는 교단의 추천에 의하여 이사회에서 선임한다’고 적시된 정관을 설명하며 CBS이사회를 향해 “대체 재단이사회는 무슨 명분으로 성공회의 공식 요구에 맞설 것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득권 탐닉… 전형적 부패현상”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예장목회자시국대책협의회 등 6개 예장목회자 단체들도 ‘성공회 김근상 신부의 CBS 이사장 취임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김 주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일부 이사들이 이사와 이사장직을 교회를 섬기기 위한 봉사직으로 이해하지 않고 기득권을 탐닉해 보여준 전형적 부패현상이 아니냐”면서 “부정부패의 늪에 빠진 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개혁을 바라는 교회지도자들과 교인들의 뜻을 외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근상 신부는 즉각 이사장직에서 사퇴하고, 예장통합 교단 파송이사들과 연합사업위원회에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 예장목회자 단체, 신학생 대표들의 연석회의를 긴급히 소집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을 밝혔다.

대한성공회 정관과 교단 결의를 무시한 채 강행된 김근상 CBS이사장 취임을 두고 CBS 안팎의 눈총이 따갑다. CBS 재단이사회가 빚은 이번 파문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가 외쳐온 개혁의 목소리가 무색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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