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성현 노자(老子)가 한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 성공한 사람을 대기만성형 인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대기만성형이 되려면 젊어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대기만성의 인간형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라면 기다림, 열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급속한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가장 두드러진 문화적 변화라면 ‘빨리빨리’라는 조급증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정해진 기간 내에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짧은 기간 동안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느린 것은 미련하며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급증 문화의 확산으로 염려되는 것이 있다. 끈기의 부족이라 하겠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었다. 그래서 1700여회에 달하는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국가와 민족적 정통성을 지켜오지 않았던가. 무엇이든 성공하기까지에는 끈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실 이런 것을 알면서도 감내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중국 삼국 시대 최림(崔林)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래 보잘 것 없는 외모에다가 재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뿐더러 일처리가 허술했다. 이런 까닭에 주위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일이 잦았으며, 출세 또한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최림을 안타깝게 본 사람이 있었다. 그의 사촌형으로 최염(崔琰)이란 장군이었는데, 그는 최림에게 수시로 “이른바 큰 그릇은 늦게 이루니라(此所謂大器晚成者也)” “큰 종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끈기 있게 노력할 것을 설파했다. 이와 같은 조언을 실천에 옮긴 최림은 훗날 조위에서 삼공(三公)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한다.

미국 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는 70세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를 두고 뒤처진 인생이라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목표를 설정해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결실이다.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고민도, 갈등도 생긴다. 또 일의 우선순위를 배정함에 있어서 금방 성과가 쉽게 나오는 일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많다. 때문에 원래 추구하는 중요한 일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당장 안주하는 것에만 큰 비중을 두는 소치이다.

대기만성의 인간형은 ‘고군분투’와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혹평을 받아가면서도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다. 그 기저에는 마음을 수양(修養)함으로써 어려움을 견뎌내고 충실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열정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굼뜬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게으르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기만성이란 자기 나름대로 통찰력을 가지고 속도를 잘 조절한 결과이다.

여전히 우리는 친구, 동료들과의 비교에 과민반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비전이 아닌가. 그러려면 초연해야 할 일도, 자제해야 할 일도 있다. 빠름만이 미학이라고 한다면 이는 무지에 의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랜 방황, 번민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온실에서 벗어나 야생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면 어떨까. 자기만의 색을 찾고 대기만성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