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연 열병식에 등장한 ICBM 추정 미사일. (출처: 연합뉴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화성-14, 최대 고각으로 발사”
2802㎞ 상승, 933㎞ 비행 주장
미국 본토 핵공격 능력 확보 의미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사흘 만에 도발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40분쯤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부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은 930여㎞가량을 날아간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같은 날 오후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9시 북한 서북부에서 발사해 예정된 각도로 39분간 비행해 해상에 위치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며 “최대 고각 발사로 주변 국가 안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4형은 정점 고도 2802㎞까지 상승하고, 933㎞ 거리를 비행한 뒤 동해상의 목표수역에 정확히 낙하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현지에서 화성-14형의 성공을 직접 확인했다”며 “북한은 핵무기와 함께 세계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국으로 당당한 핵 강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CBM 개발과 관련해 “세계를 두고 강력한 국방을 갈망한 우리 역사에 특기할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ICBM 발사 성공이 사실일 경우 이는 북한의 핵무기와 맞물려 새로운 차원의 위협으로 부상한다. 핵무기 투발 수단 중 하나인 ICBM의 완성은 곧 미국 전 지역을 포함한 세계 어느 지역도 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형태”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 시점은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사흘만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순방 출국을 하루 앞둔 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재인 새 정부의 정상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미묘한 시기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감행된 만큼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향상 차원에서 이번 발사가 이미 예정된 계획대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 정부와 현 정부를 가리지 않고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미사일 중에서도 핵으로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ICBM은 최우선 개발 목표였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한 시위성 발사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감대를 이룬 ‘대화와 제재’ 방식의 대북정책 기조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탄도미사일 발사에 담았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과 미국의 새 행정부가 대북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대남·대미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도발은 압박과 제재라는 두 수단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