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7시간여 만에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한미동맹 강화 ▲대북정책 공조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공정한 무역 ▲여타 경제분야 협력 강화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협력 ▲동맹의 미래 등 6개 분야로 원론적이면서도 두루뭉술하게 기술됐다. 공정무역을 위해 고위급 경제협의체를 운영키로 했으며 연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도 합의했다. 공정무역은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FTA 재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되나 우리로선 재협상에 응하지 않아도 될 명분도 된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서 문 대통령과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며, 향후 압박 수위를 더할 것을 분명히 했다.

우리 측은 합의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FTA 재협상에 관해서만큼은 양국은 전혀 다른 결론을 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FTA 후 5년이 지나면 협상국의 변화를 고려해 부속사항을 수정할 수 있는데 우리 측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FTA 재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강하게 내걸었던 사안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수익을 내는 주요 국가 중 하나라는 점과 그 수익 중 자동차로 인한 수익이 크다는 점, 그리고 트럼프를 지지했던 세력 중 상당수가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지역민이라는 이유가 있다. 여러 정황이 우리의 대미 흑자를 고리로 한 미국의 무역공세가 거세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실행력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른다는 점에서도 다각도의 대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 방미 동안 이뤄진 성과는 나쁘지 않다. 양국 정상 간 우의와 신뢰 구축 면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말을 더 많이 했다는 보도만 봐도 문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나름 선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에겐 FTA 재협상이 아니더라도 북핵문제, 사드배치 문제 등 미국과 함께 풀어갈 문제는 산적하다. 이번 방미 성과는 향후 문 대통령과 정부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정치는 예행연습이 없고 늘 실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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