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측인 김종인 위원(왼쪽)과 사용자 측 위원인 이동응 위원(오른쪽)이 헤어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勞 “당장 1만원” 使 “155원 인상”
정부 “공약 고려 15%는 올라야”
협상시한 2주 남짓 남았는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이견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2018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중재 역할을 잘 해낼 지 주목된다. 노-사 각자가 내놓은 최저임금 기대치 간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안으로 올해보다 155원(2.4%) 오른 6625원을 제안했다.

총파업까지 해가며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해 온 노동계는 사용자위원의 제안을 보고 속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동성명을 내고 “‘삭감 또는 동결하지 않고 11년 만에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놓았다’는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노동자와 전체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최저임금위에 제출된 사용자위원의 제안에 대해 “최저임금 대폭인상은 당연하고도 정당한 사회적 요구”라며 “이러한 요구가 사용자위원에게만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155원과 3530원. 2.4%와 54.6%.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각각 제안한 최저임금 인상폭이다. 사이에 낀 정부가 내심 바라는 수치는 15.6%(1010원)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15% 이상은 올라야 체면이 설 수 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달 3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15.6% 정도는 올려야 한다. 사측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용자 대리 역할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하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산업현장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며 비판했고 이내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경총도 일자리 문제의 당사자다.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만든 책임이 있다”며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 협상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이 제출한 최저임금안을 바탕으로 3일부터 협상을 이어간다. 2018년 최저임금 결정액은 오는 8월 5일 확정고시된다. 최저임금이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확정고시일로부터 20일 전인 7월 16일까지는 결정이 나야 하는데 협상 시간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단순히 임금 인상률만 정하는 것이 아니다. 양측은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미용업, 일반 음식점업, 택시업, 경비업 등 8개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경총으로서는 이번 최저임금 협상에서 사용자 입장만을 고수했다가는 국민들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전경련이 그 위상이 크게 추락하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용자를 대리하는 역할을 경총이 유일하게 담당하고 있다지만 노동자의 강경한 요구와 정부의 공약 목표, 거기다 촛불민심으로 표현되는 최근의 국민 정서까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양대노총 역시 노동자들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는 만족시켜야 한다. 5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6.30 사회적 총파업에 참여했고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학교급식 중단’ 책임 논란까지 감수하며 29~30일 이틀간 파업투쟁을 강행했다. 그만큼 노동현실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구조의 노동자의 현실과 함께 사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자영업자도 같이 살펴봐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중소상공인 또는 영세자영업자가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분을 대기업 등 원청이 부담하고 공공부문 입찰계약시 자동 연동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가난한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협상안이 도출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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