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이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

‘오지랖 넓은 사람’ 사회 문제 관심 많아
경제적 문제로 기업 입사 고민하기도
“일반회사선 사회문제 해결 쉽지 않아”
‘사회문제 해결에 일조 할 수 있다’ 생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시민단체라고하면 정부를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집회나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을 발표하는 등으로 사회분열을 조장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영향으로 혹은 언론에 비춰진 모습을 통해 선입견이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시민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시민사회를 한 번 경험한 뒤 11년째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바로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총장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줄곧 시민단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오다가 대학 졸업과 군 재대 후 여러 가지 사회 경험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시민사회에 첫 발을 댔다. 그는 처음부터 직업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한 번 경험해 볼까’라는 호기심 어린 마음에 녹소연에 지원했다가 그 길로 지금까지 활동하게 됐다.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 총장은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의문을 던지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해결하는 녹소연의 일에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녹소연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생활 실천으로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1996년에 창립됐다. 비영리·비정부·비정당 기구로써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단체이기도 하다.

기업이 소비자보호와 고객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제품·서비스를 생산·판매하지만 수많은 제품·서비스와 상품 속에서 ▲소비자들의 안전할 권리 ▲알 권리 ▲보상받을 권리 ▲선택할 권리 ▲조직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의사가 반영될 권리 ▲쾌적한 환경에 살 권리 등은 무시될 때가 많다. 녹소연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8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주홍 총장이 녹소연에 발을 딛게 된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는 학창시절 집회나 시위에 단 한 번도 참석해본 경험이 없다. 녹소연은 ‘인턴직원’이 없기에 곧바로 ‘정직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도 처음엔 ‘6개월 정도 일하다가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둬야지’하는 마음이었다.

일반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생각하기도 했고 ‘다른 직장을 잡아야 하나’ ‘경제적으로 힘들다’ ‘결혼도 했는데’ 등등 걱정도 있었다. 그는 사실 녹소연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모 기업에 지원을 넣었다가 면접까지 합격했던 일이 있었다. 그때 정말 많은 고민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보람을 찾았고 11년째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면서 일반회사로 가는 마음을 접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일반회사에서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남기로 했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해가는 데 있어서 내가 일조 할 수 있구나’ ‘사회를 변화시키고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으로도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에게 있어 녹소연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녹소연에서 부가서비스 이용료를 제외하고 통신요금을 15만원 선으로 한정한 것이다. 통신요금 15만원 한정은 지난 2006년 휴대폰 요금 문제로 자살했던 고(故) 강민욱군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고교생이었던 민욱군은 핸드폰게임을 할 때 이용시간에 따라 통신비가 계속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통신요금이 200여만원이 나오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이 총장은 “아이 입장에서는 모바일게임을 하면서 데이터가 나가는지 그렇지 않은지 인지가 안 된 상태였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통신비를 200~300만원이나 받는 것은 자본주의의 폐해라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녹소연이 문제를 제기할 당시 통신사는 “사용자가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것이 맞는데 많이 나왔다고 책임을 지라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녹소연은 통신비가 얼마정도 나온다는 것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공지가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법원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과 3심에서는 패소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계기가 돼 부가서비스를 제외하고 통신요금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15만원이 넘지 않도록 하게 됐다.

이 총장은 “15만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어느 정도 문제를 예방하게 됐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며 “기업이 가진 정보와 소비자가 가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업의 광고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이 봤던 사건 중 ‘가짜 백수오 파동’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가짜 백수오 파동’은 지난 2015년 홈쇼핑에서 가짜 백수오를 10여만원대 가격에 판매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허위 과장 광고에 해당하면 소비자에게 교환·환불을 해줘야 하는 ‘소비자분쟁해결법’이 있었는데도 홈쇼핑 회사들은 전혀 환불을 하지 않았다. 이 총장은 “우리 국민은 모르면서 이것이 정말 맞을까하는 의심을 하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며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라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앞으로도 녹소연 일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 단체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제품을 검증하는 것이고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보면 언론의 역할과 우리 단체의 역할이 80% 정도는 비슷하지 않나 생각든다”며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 문제를 제기하면서 바뀌는 것들, 그 변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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