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30일(현지시간) “한미 양측 간 합의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일부 언론 매체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FTA 재협상에 합의했다거나 재협상을 공식화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규모의 무역적자와 자동차·철강 분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정한 조치를 취하거나 새로운 협상을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면서 양측 실무진이 FTA 시행 이후 효과를 공동 조사할 것을 제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진행된 공동언론발표에서 FTA 재협상 착수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미국의 적자 상황과 중국산 철강 덤핑 문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 장벽 문제 등을 거론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나란히 언론발표 자리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역 적자가) 지속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며 FTA 재협상 시작을 시사했다. 그는 한미 FTA에 대해 “그 협정이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불 이상 증가했다”며 “그다지 좋은 협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기 전 모두 발언에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관련해, 또 무역에 관한 우리의 생각과 관련해 많은 것을 이뤘다”면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이었다”면서 “그것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과의 만찬회동을 끝낸 뒤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회동에 대한 소회를 전하면서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을 포함해 많은 주제들이 논의됐다”고 소개해 FTA 재협상을 거듭 시사했다.
FTA 재협상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조정을 줄 수 있어 문 대통령에게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종합적인 교역의 적자와 흑자를 따져보면 FTA에 따른 이익의 불균형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