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암(竹巖) 김형식 서울 국제 학교 및 서울 국제장학 재단 이사장. (제공: 건국대학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6.25 피난시절 5000환을 손에 쥐어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었던 목사님의 은혜를 잊지 못해 조금이나마 그 빚을 갚기 위해 지금까지 나이도 잊은 채 교육과 장학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원로 교육자인 죽암(竹巖) 김형식(76) 서울 국제 학교 및 서울 국제장학 재단 이사장은 국제 학교 교육 사업과 장학사업의 이유를 묻는 인터뷰 때마다 거창한 교육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6.25 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김 이사장은 6.25 한국전쟁이 터지고 경기 양수리 건넛마을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다 1.4후퇴로 다시 피난길을 떠나야 했던 시절 마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부친의 친구인 마산 중앙감리교회 김창호 목사의 도움으로 어렵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5만원 정도를 매월 주셔서 공부하는데 요긴하게 사용했는데, 돈을 받으러 갈 때마다 그 목사님 댁에 들어가는 것이 부끄럽고 떨리는 15살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내가 커서 이 빚을 꼭 갚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 실천으로 김 이사장은 지난 1993년 서울 국제장학 재단을 설립해 건국대 등 전국 대학생과 중·고등학교, 복지관 등 매년 90여명의 학생에게 8000여만원씩의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건국대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 10년간 매년 10명씩의 영어영문학과 학생 100명이 총 1억원의 서울 국제장학금을 받았다.

건국대 영어영문학과 영어영문학 62학번 동문인 김 이사장은 또 건국대에 그동안 발전 기금과 장학기금으로 총 20억 7000만 원을 기부해 이를 토대로 2015년 ‘건국대 죽암 장학회’를 설립하고 매년 학생들을 선발해 실질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장학기금의 이자로 매년 지급되는 장학금으로 설립 첫해인 2015년에는 재학생 9명을 선발해 1300여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작년에는 16명의 학생에게 총 1700여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해 수여한 장학금 총액은 1250만원이다.

김 이사장은 “6.25로 어려운 시절 주변의 도움으로 학교를 마칠 수 있었고 이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성공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결심을 평생 마음에 꼭 담아두었다”며 “죽암 장학회를 설립한 매년 이러한 뜻 깊은 장학금 수여식을 맞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장학금 수여식에서 손자 손녀 벌 되는 학생에게 ‘속도’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많이 쓰는 말 중에 ‘쏜살같이 해치운다. 쏜살같이 달려간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의 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다”며 “쏜살같이 달리는 것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에 나오는 거북이같이 늦더라도 묵묵히 끝까지 도전해 목표한 바를 이루는 사람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훌륭하게 성장해 서로 도와주고 베푸는 훈훈한 사회를 만드는 주역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식 서울 국제 학교 이사장은 지난 1966년 건국대 영문학과를 나와 1973년 미국인 교육자 에드워드 B. 아담스 씨, 고(故) 유일윤 건국대 이사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외국인 자녀 대상 국제 학교인 서울 국제 학교(SIS)를 설립했으며 2001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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