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를 관람하는 취재진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내가 꿈꾸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민이 주인이 되다’ 특별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지난 30년간의 발자취를 담은 이번 전시는 6월 민주항쟁과 그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공고화 과정이 전시 공간에 담겼다.

◆민주주의 어떻게 이뤘나

오늘날에야 민주화 시대라고 말하지만, 불과 몇십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민주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이 당시 학생들과 야당의 민주화 투쟁과 직선제 개헌운동은 거세졌다. 하지만 1987년 4월 전두환 대통령은 개헌하지 않겠다고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조작 사실이 폭로됐고, 국민의 분노는 전국적인 반독재 민주화 요구 시위로 폭발했다. 6월 10일 ‘박종철군 고문살인 조작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가 열렸고 전국 22개 지역에서 40만명이 참여했다.

특히 대회 전날, 이한열이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의식불명(7월 5일 사망)에 빠지자 더 많은 국민이 대회에 참여했다. 6월 26일 전국에서 열린 ‘국민평화 대행진’에는 1백만 명이 시위에 참가해 민주화를 요구했다.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자 정권은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6.29선언을 발표했다. 여야 합의와 국민투표로 1987년 10월 헌법을 개정했다. 이와 관련, 전시에는 박종철이 마지막으로 착용했던 안경을 비롯 유품, 피격 당시 이한열이 입었던 티셔츠와 청바지가 공개돼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 이한열이 입던 옷 ⓒ천지일보(뉴스천지)

◆종이 한 장에 담긴 민주화의 꿈

민주화를 이루는 데는 세계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준 듯했다.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이 3.1운동 67주년을 맞아 1986년에 발표한 호소문에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글에는 필리핀 마르코스 독재정권 몰락을 언급하며 민주화는 우리의 사명임과 동시에 세계사적 흐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소문에 따르면 “최근에 필리핀에서 일어난 마르코스 몰락은 민주화를 염원하는 한국의 민중에게는 희망을, 광주학살의 원흉집단인 군사 독재정권에게는 공포를 안겨주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화의 첫걸음으로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필리핀의 민중이 슬기와 용기를 가지고 참다운 민주국가를 계속 건설해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하고 있다.

앞서 1984년에는 ‘불법적 강제징집은 종식돼야 한다’는 전단이 배포됐다. 이 전단은 성균관 재적생들이 만든 것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들이 납치돼 군대에 끌려가는 등의 무차별한 탄압의 실태와이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민주화 이전의 시대 상황을 들려주는 것은 노랗게 변해버린 종이였다. 이는 전시 일부분이겠지만,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 만큼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었다.

▲ 전시를 관람하는 취재진ⓒ천지일보(뉴스천지)

◆현실이 된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공고화됐는지의 최소 기준은 2번의 정권교체였다. 제15대 대통령으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또 제17대 대통령으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선거를 통한 두 번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3차례 이뤘다. 또한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우리 사회의 법의 지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촛불집회가 평화적 시위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최초의 촛불집회는 2002년에 진행됐다. 6월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해 두 여중생이 사망하자 진상 규명과 추모를 위해 같은 해 11월부터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일상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가였다.

오승진 학예연구사는 “전시는 우리 일상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내면화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인가를 생각해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민주주의는 공고화됐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9월 30일까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