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워싱턴 일정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를 기념하는 기념비에 헌화한 문 대통령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당시 미군의 희생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뒤이어 이뤄진 ‘흥남 철수’는 전쟁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으로 남아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 부모도 당시 ‘흥남 철수’의 난민이 아니던가.

이처럼 아픈 사연을 넘어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외교무대 첫 데뷔인 셈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첫 무대치고는 다소 버거운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상대가 미국이라서가 아니라 최근 더 민감해진 북핵과 사드 배치 등을 놓고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다. 속물적 근성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협상가다운 기질도 겸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냉철하게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촛불’로 상징되는 ‘피플 파워’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만큼 국민주권의 원칙, 그리고 민주정부의 가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 전략이어야 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민주적 절차를 훼손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누가 이런 원칙에 반대하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대북 문제와 사드 문제 등에 대해서 우리의 원칙을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설사 이견이 나오더라도 그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는 그 위에 서 있는 ‘주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비용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외교와 안보 이슈를 경제 문제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담론도 결국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바로 결정할 수 있는 현안은 많지 않다. 대부분 한미 당국 간에 협의하고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미정상회담의 객관적 조건은 어떤 구체적 합의와 실질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양국의 입장과 원칙을 재확인하고 전통적 신뢰관계를 확인하면 그것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 해야 할 것이다. 설사 이견이 나와도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 원칙과 신뢰를 확인하고 쟁점과 이견은 다음 기회에 풀어 가면 된다. 따라서 첫 만남에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은 금물이다. 좀 더 냉철하게 워싱턴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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