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실로 오랫동안 한국정부는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이었다. 대통령조차도 미국 대통령을 만나거나 미국 앞에 설 때는 위축되거나 경직되고 볼썽사나울 정도로 아부 떠는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 부시의 카트를 몰아주던 어떤 대통령은 보기에 민망했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한국 국민 대다수는 “당당한 한국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규모로 보면 미국은 대국이고 한국은 소국이다. 나라 규모가 작다고 해서 큰 나라 앞에서 쫄거나 비굴해져서는 안된다. 국민이 깨어 있고 국민이 자주, 자강 의식이 강할 때 어떤 나라도 우리나라를 깔보거나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의 위신은 결국 우리가 세우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모든 일을 잘 매듭짓고 오기 바라는 마음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트럼프 하면 장사꾼 기질이 있어 상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하기 더 쉽다는 말도 있다. 암튼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 우선주의가 얼마나 통할지 모르지만 당당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주눅 들면 들수록 공격은 매서워진다.

한미동맹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사드까지 등장해서 한미관계가 미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국면이다. 미국은 북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고고도미사일을 배치하고자 했지만 사실은 대중국 봉쇄 전선을 만드는 게 목표이고 구체적으로는 중국 방공망 무력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자신의 이익에는 부합할지 모르지만 한국의 안전과 이익을 해치는 게 분명한 사드배치를 강행했다. 일부는 성주에 가져다 놓았고 일부는 한국 어딘가에 들여놓았다. 사람들은 미국의 사드 배치를 “도둑배치”라고 부른다. 한국의 권력 공백기를 이용하여 재빨리 배치를 강행하고자 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미국은 여러 통로를 통해 사드 배치를 압박했다. 이달 초 딕 더빈 상원의원 같은 이는 한국에 와서 마치 점령군이나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돌아갔다. 한국이 사드를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 23일 미국 상원의원 18명은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고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의 완전한 배치를 저해하고 있는 절차적 검토 작업을 신속히 처리할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밟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강한 반대이고 사드의 신속 배치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다.

모든 관계에서 일방주의는 위험하다. 지금까지 한미관계는 일방적인 관계였다. 군사주권은 유린돼 왔다. 전시작전권을 제외하고도 많은 예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국은 미국 무기 최대 수입국임에도 기술 이전도 못 받고 급이 떨어지는 무기를 사오기 일쑤다. 이런 걸 두고 한국 사람들은 ‘봉’이라 한다. 한국 국민들은 더 이상 ‘미국의 봉’이기를 거부한다. 어떤 나라도 어떤 세력도 스스로 권력을 놓는 경우는 없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일방적 관계를 스스로 끝내는 경우도 없었다.

한국은 현재 미국으로 인해 온전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지만 미국처럼 우리의 상전 노릇을 하는 나라는 없다. 중국이 부상했다고 하지만 한국의 상전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이 한국에 유형무형의 보복을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고 즉시 중단돼야 마땅한 일이지만 한중 관계가 일방적 관계라거나 수직관계로 보는 사람은 없다. 오직 미국만이 한국의 상전 노릇을 하고 있다.

미국이 상전 노릇한다는 걸 인식 못하는 한국인이 이제는 많지 않다. 한국 국민 가운데 약소국이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 있긴 하다. 패배주의적 시각이다. 상전 노릇하는 것에 즐거워할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을 얼간이라고 한다. 한국에 일부 세력이 얼간이를 자처하고 언제까지나 얼간이 노릇을 하려고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깨어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런 사람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미국의 상전 노릇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미국이 앞으로 바람직한 한미관계를 희망한다면 상전 노릇을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 국민은 어제의 한국 국민이 아니다. 미국을 상전으로 떠받드는 세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내쳐졌다. 미국하면 끔벅 죽는 일부 언론 매체와 종사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이제는 소수다.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부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변화했고 지금도 계속 변해가는 국민들을 믿고 트럼프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가시라.

미국은 변화된 한국을 읽지 못하면 역사에 뒤처지게 되고 일방적 한미관계에 대한 변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강요당하기 전에 스스로 변신하면 스스로도 기분 좋고 상대방도 기분 좋지 않겠는가. 미국이 진정으로 현명하고자 한다면 한국과의 관계에서 일방주의를 스스로 끝내는 지혜로움을 보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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