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를 위한 변주곡

김창수(1957~ )

 

침묵이 깊고

캄캄한 밤이 깊고

블랙홀 같은 내 마음 아련한 그곳

너는 무엇으로 서 있으려나

 

바다가 두려운 것은 광활해서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유령처럼 떠돌아도

깊지 않는 것들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다

다만 바다처럼 깊게 서 있는

내가 차마 그리워지면

문뜩 네 속에 들어가

너를 꼬옥 껴안아 보고 싶다.

 

[시평]

자폐증은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병의 한 증상이다.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에 장애가 있는 증상으로, 애정과 신체적 접촉에 무관심하고, 언어발달이 느리고 비정상적이며, 특정 물건에 집착을 하는, 증상을 나타낸다. 한참 세상의 모든 일에 관해 호기심을 갖고는 명랑하게 대하고 접촉해야 할 아이가 이러한 증상을 지니게 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아이들을 보면, 마치 깊고 캄캄한 밤, 그 밤의 한 가운데에서 침묵으로 서 있는 것과도 같아, 마음이 어둡고 답답할 뿐이다. 저 아이의 저 마음 깊은 곳에는 도대체 어떠한 것이 웅크리고 있기에 저렇듯 세상과의 소통, 상호작용이 어려운 것일까. 보이지 않는 것이 유령처럼 떠도는, 그래서 블랙홀과 같은 어둠의 깊고 깊은 마음으로 세상에 서 있는 자폐증의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보면, 그 속에 들어가 그 아이를 진정 꼭 껴안아주고 싶다. 그 아이의 공포와 함께, 그 아이의 보이지 않는 내면의 머나먼 어둠과 함께, 그렇게 꼭 껴안아주고 싶다. 이러한 마음이 결국 이 아이의 마음을 그 어둠의 깊은 곳에서부터 꺼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겠는가. 아픔을 껴안아주는 마음, 이 마음. 이 마음이 우리들 삶을 보다 따뜻하게 하는 힘이, 그 진정한 힘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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