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능력이 이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영역까지 넘어왔다. 직접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쓰기까지 한다. 영화 속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될 미래가 담겨 있다. 4차 산업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문화예술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 마림바 연주 로봇 ‘시몬(Shimon)’. (출처: 유튜브 영상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AI, 데이터베이스 분석해 작곡하고
말소리 듣고 음악 선별해 틀어줘
스스로 연주하는 로봇 ‘시몬’도 등장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음악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과 예술 분야까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AI는 우리 삶에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가 이젠 작곡도 한다. 지난해 9월 소니 컴퓨터 과학 연구소(Sony Computer Science Laboratory)는 유튜브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인 ‘대디스 카(Daddy's Car)’와 ‘미스터 섀도우(Mr Shadow)’ 등 팝송 2곡을 공개했다.

작곡은 인공지능 ‘플로우머신즈(FlowMachines)’이, 작사와 편곡은 프랑스 작사·편곡가 베누아 까르레가 맡았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LSDB’라고 불리는 데이터베이스에 1만 3000여곡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사용자가 선택한 스타일에 맞춰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고 작곡한다. ‘대디스 카’는 비틀즈 스타일로, ‘Mr Shadow’는 콜 포터와 듀크 엘링턴의 스타일로 작곡됐다.

▲ ‘시리’를 탑재한 애플 스피커 ‘홈팟(HomePod)’. (출처: 애플) ⓒ천지일보(뉴스천지)

애플은 전화번호나 날씨를 알려주던 ‘시리’를 탑재한 스피커 ‘홈팟(HomePod)’을 내놨다. 홈팟은 스마트 스피커에 내장된 6개 마이크를 통해 음성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처럼 음성으로 뉴스나 날씨, 교통상황, 할 일 목록 알림, 질의응답 같은 기능은 물론 스스로 뉴스 기사를 찾고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온 디바이스 러닝’이라는 이해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이달 초에는 지니뮤직이 국내에서 최초로 AI를 도입한 음악서비스인 ‘지니보이스’를 선보였다. 지니보이스는 말로 음악을 재생하는 서비스를 말하며 “트와이스 노래 들려줘” “톱(Top) 100차트 틀어줘” 등의 명령을 내리면 음악이 재생된다.

AI가 음악을 선별해 들려주는 수준을 넘어 악기 연주와 작곡으로까지 확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지아공대 연구원은 마림바를 연주하는 로봇이 작곡까지 가능하도록 수행기능을 확대했다. 4개 팔과 8개 스틱으로 이뤄진 마림바 연주 로봇 ‘시몬(Shimon)’은 심화 신경망을 사용해 자체적으로 음악을 작곡한다. 앞서 연구된 자동 음악 생성 분야는 프로그램에 빅데이터를 입력해 작곡을 주문하는 형식이라면, 시몬은 물리적인 3차원 공간에서 라이브가 가능한 로봇시스템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인공지능이 동영상 배경음악을 무료로 만들어 주는 ‘쥬크데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비디오 영상에 맞는 백그라운드 음악을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저작권은 무료이며 이미 50만곡 정도 만들어 냈다”라며 “인간이 해야 했던 창조적 활동을 AI가 대신 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하면 문화예술보다 산업을 더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문화는 기술과 매우 긴밀하게 관계돼 있다”며 “AI가 하는 예술적 창조 활동은 과거 훈련받은 학습에서 나오는 것이다. 복제하고 소화해 재해석한 것”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인간이 하는 예술적 활동을 AI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허밍으로 작곡을 해주는 앱 ‘험온(HumOn)’의 커버 이미지와 악보. ⓒ천지일보(뉴스천지)

◆흥얼거리면 음표가 그려지는 ‘험온’

AI 음악이라고 해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스마트폰만을 사용하면 AI을 활용해 작곡할 수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등 음계의 ‘ㄷ’자를 몰라도 어플리케이션을 통하면 된다. 허밍(입을 다문 채 콧소리로 발성하는 창법)만으로 멜로디를 분석해 악보로 변환해주고 코드의 반주까지 자동으로 맞춰주는 ‘험온(HumO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문득 떠오른 한 소절이 마음에 쏙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작곡하는 법을 몰라 포기하거나 여건이 안 돼 그냥 흘려보낸다. 험온은 음악에 대한 지식 없이 음을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악보가 완성된다. 이에 기자가 직접 험온을 사용해봤다.

먼저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설정을 눌러 주변소음과 마이크 감도,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했다. 박자는 왼쪽 아래에 있는 메트로놈을 눌러 맞출 수 있다.

음을 흥얼거리면 화면에 멜로디가 실시간으로 분석돼 알록달록한 그래프로 그려졌다. 녹음 버튼을 누르고 허밍 한 후 다시 버튼을 누르니 멜로디 악보가 자동으로 생성됐다. 오른쪽 아래 버튼을 눌러 트럼펫, 드럼, 베이스 기타 등으로 악기를 변경해봤다. 이어 R&B, 발라드, 록, 오케스트라 등 총 6개의 장르 중 발라드를 선택하니 곡이 완성됐다. 만들어진 음악은 커버 이미지와 제목, 작곡가를 입력해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생애 첫 번째 작곡이 끝났다. 굉장히 보람차고 뭔가 해낸 느낌이 들었다. 어려울 것 같은 작곡이 굉장히 쉽게 다가왔고, 이렇게 하다 보면 나도 작곡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이전까지 누구나 쉽게 즐기고, 좋아하는 음악은 감상하는 용도에서 그쳤다. 그러나 AI가 확장되면서 스마트폰을 넘어 스피커, 로봇 등 다양한 플랫폼이 확장되고 있다. AI 음악이 우리 삶 속 깊은 곳 어느 부분까지 관여하게 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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