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비대위는 26일 한기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무처의 거부로 진행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진행해야 했다. 비대위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홍재철 목사가 얼굴을 내비쳤다. 이날 비대위는 선관위원들과 곽종훈 직무대행에 사퇴를 촉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영훈 목사 사임서 제출
선거 공식절차 진행 가능

김노아 후보 출마 가능성
비대위엔 홍재철도 합류

‘이영훈-홍재철-김노아’측
삼파전 기류 읽히는데…

[천지일보=강수경 차은경 기자] 수장을 잃은 채 표류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새 수장을 뽑기 위한 기류가 읽힌다. 후보는 전 대표회장인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측과 이 목사에게 대표회장 바통을 넘겨줬던 홍재철 목사 측, 이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를 정지시킨 김노아 목사 측으로 갈리고 있다.

한기총은 이영훈 목사의 사임서 처리가 되지 않아 새 수장을 뽑기 위한 절차에 돌입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영훈 목사가 돌연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 목사의 사임서는 한기총 임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건의 심문 종결 예정일 오는 28일 이후 수리될 예정이다. 이 목사의 사임서가 수리되면 한기총은 새 대표회장을 뽑기 위한 선출 절차 진행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이영훈 목사가 새 대표회장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영훈 목사 측에서 사임서 제출을 보류한 것도 이를 위해서라는 추측이다. 이영훈 목사도 한기총 임시총회를 통해 “새로운 대표회장을 선출하기까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밝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대표회장 선거에 함께 후보로 출마한 김노아 목사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당했고, 다음 달인 5월 4일 성명을 내고 대표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영훈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사임 의사 표명 후 김노아 목사 측은 이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주장하며 한기총 임원 75명 전원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혼란을 틈타 비집고 들어온 인사는 홍재철 목사다. 홍 목사는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진행한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기총 사무처는 비대위에 한기총 사무실을 내주지 않았고, 기자회견은 한기총이 상주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이 아닌 백주년기념관 지하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홍 목사는 고등법원에서 회원권을 인정해줬다고 참석 명분을 강조하며 “우리는 한기총을 성토하러 온 것 아니다. 현재 당면한 문제를 의논하고자 온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와 홍 목사는 선관위원장 길자연 목사와 선관위원 이용규 목사, 엄신형 목사, 이강평 목사 등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또 현 직무대행 곽종훈 변호사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

홍 목사는 한기총의 10당5락으로 대변되는 길자연 목사의 17대 대표회장 선거 당시 길 목사의 지시에 따라 직접 돈 봉투를 돌린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그는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분리될 당시 대표회장을 맡고 있었다. 한교연으로 분리돼 나간 측은 홍 목사가 한기총에 이단을 끌어들였다고 비판했고, 홍 목사를 수장으로 한 한기총은 한교연을 오히려 이단이라고 비난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후 한기총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홍 목사는 이영훈 목사에게 대표회장직을 넘기고 사퇴했다.

이후 홍 목사의 세력은 자신의 뜻대로 한기총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이영훈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잦은 소송 제기로 문제를 일으키자 한기총은 홍 목사 등의 회원권을 박탈했다. 그러나 홍 목사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회원권을 다시 회복했다. 홍 목사는 아들에게 교회세습을 하고, 학력조작 의혹에 휘말리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이번 한기총 새 대표회장 선거에 가장 큰 기대감을 내비치는 쪽은 김노아 목사 측이다. 당초 22대 대표회장에 출마하며 후보등록기금 1억 5천만원을 가장 먼저 냈다. 그러나 한기총 선관위(위원장 길자연 목사)는 김노아 목사를 대표회장 후보에서 제외했다. 선거관리규정 제2조 3항에 따라 피선거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는 김 목사가 작년 9월에 은퇴했기 때문에 대표회장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은퇴자였다는 것을 문제 삼았지만 한기총 내에서는 김노아 목사의 이단 전력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노아 목사의 개명 전 이름은 김풍일이다. 그가 김풍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 2009년 예장통합은 교리 등을 문제 삼아 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4년 후인 2013년 김 목사는 이름과 소속 교단, 교회 명칭까지 모두 바꾸고 한기총 소속 회원 교단으로 가입했다. 이름과 교단 등은 바꿨지만 그의 교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교계 언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그가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나서자 교계 여론은 좋지 않았다. 최근 김노아 목사는 논란이 되는 교리 등을 직접 해명하겠다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영훈-홍재철-김노아 등 삼파전으로 예상되는 한기총 새 대표회장 선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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