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것은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인재”라며 “이를 육성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성공을 거둔 혁신학교의 전국적인 확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후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혁신학교 확대’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어떤 잣대로 평가해 ‘혁신학교가 성공했다’는 건지 혁신학교에서 3년간 근무했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의아하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장관 지명자가 2009년 경기도 교육감으로 취임하며 처음 도입했다. 이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6곳(서울, 경기, 광주, 전남, 전북, 강원)에 모두 혁신학교가 생기면서 ‘진보 교육감의 상징’이 됐다. 결국 김상곤 장관 지명은 ‘혁신학교 확대 공약’ 실행을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학교는 ‘입시와 경쟁보다는 함께 배우며, 학교·교사·학생들끼리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 운영 및 교과 과정의 자율권을 주고, 학생들에게는 토론 중심의 수업을 강조하는 등 교육 과정의 다양화·특성화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추구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출발했다.

2017년 혁신학교는 전국에 1159개(초 681개, 중 342개, 고 132개)가 있다. 곽노현 교육감 시절 서울 교육청은 혁신학교에 1억 5천만원 안팎의 선심성 예산을 지원했다. 현재는 예산이 삭감돼 5천만원 정도 지원되지만 혁신학교를 확대할 경우 비혁신학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

혁신학교에서 근무했던 필자가 볼 때 혁신학교는 성공한 ‘교육모델’이라고 볼 수 없다. 혁신학교의 일부 장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확대해석해서 혁신학교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수학능력시험이 존재하는 대입제도에서 혁신 고등학교는 강요에 의해 지정된 무늬만 혁신학교인 경우가 많고 학부모들의 진학기피 대상 1호다. ‘혁신학교 확대’ 정책을 추진하려면 혁신학교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처방이 나와야 한다.

‘혁신학교=진보 교육감’이란 공식이 성립하다 보니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교사도 자연스럽게 전교조 교사다. 전교조의 이념과 방향에 수긍하지 못하는 교사가 많은 현실에서 전교조 교사가 주도하는 혁신학교가 모든 교사에게 환영받지 못하리란 것은 자명하다.

교육은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혁신교사와 비혁신교사의 관계가 무너져 정작 가장 중요한 교사들끼리 소통과 협력이 단절된다. 관계의 문제점은 특히 전입교사와의 마찰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혁신학교를 원치 않았음에도 무작위로 전입된 교사는 혁신부장의 주도로 혁신학교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하루에 걸쳐 교육을 받는다. 혁신학교란 말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거창한 교육과정과 비전을 기대했지만 막상 교육을 받아보면 형체가 모호한 혁신만 있지 정말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혁신이 없다는 것이 갈등의 시발점이다.

전입교사 대부분은 혁신학교에 대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 받는다. 전달 받은 혁신학교의 방침을 잘 따라하든지, ‘갈등 유발자’가 되든지, 아님 주변인이 되어 시간을 보내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혁신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는 5년 재직기간을 채우지 않고도 전보가 가능하다’는 인사정책으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며 혁신학교를 떠난다.

수십년을 교육에 종사한 원로급 교사도 자신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 혁신학교의 목표와 방향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바뀐 학내 문화나 교육 방식에 거부감을 가진 교사들은 불편해도 속으로 삭힌다. 혁신학교의 교육 목표나 방향에 거부감을 드러내면 그때부턴 주도세력들의 조직적인 반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되어 ‘왕따’까지 감수해야 한다.

혁신학교를 확대하려면 혁신학교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상의하달식’ 재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진보교육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이다. 혁신학교를 거쳐 간 교사와 학생들에게서 동학혁명과 같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야 혁신학교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인 ‘혁신학교 확대’는 정치성 강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지명의 우려를 확대하며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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