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매일 아침 출근, 퇴근길마다 어느 곳에서나 상대방의 안전을 해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 좀비들, 즉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앞을 보지 않고 걸으면서 손에서 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이러한 스몸비(smombie)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중독 위험)이 2011년 8.4%에서 2016년에는 17.9%로 5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에 불과하다. 실제 필자가 느끼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의 수와 스몸비의 수치는 50%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다. 지하철 이용 시 한국 지하철의 가장 흔한 현상은 바로 지하철 좌석에 앉아있는 양쪽 7명의 승객 중 평균 6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행동의 근원이 모방에서 출발한다는 내용은 다들 인지하고 있지만, 그 모방의 결과는 지금 우리들을 개인주의, 이기주의에 빠뜨리고 있다.

연령별로는 10~20대가 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30~40대가 41%, 50대 이상이 17%다. 스몸비와 하루 한 번 이상 부딪힌 경험이 있는 사람도 무려 36.1%에 달했다. 국민 3명 중 1명은 매일 한 번 이상 스몸비와 충돌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간들의 대면을 줄이고 소통을 끊는 파국 속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기보다는 분열과 배타주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몇 달 전부터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라는 표지판이 세워지고 있다. 스마트폰만 보며 걷다가 차에 치이는 보행자가 급증해서다. 국내 스마트폰 관련 차량 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360건으로 2.2배 뛰었다(국민안전처). 스몸비로 인한 안전사고로 세계 주요 국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몸비가 민폐를 넘어 ‘거리 위의 흉기’로 돌변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는 스마트폰 좀비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와 정책을 내놓는 중이다.

최근 미국 뉴저지주의 패멀라 램피트 하원의원은 공공 도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위반한 사람에 대해 최대 50달러의 벌금을 물리거나 15일간 구금시킬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도 관련 사고가 이어져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걷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2014년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 등 통신사들은 걸어가는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를 감지해 경고 화면을 표시하고 사용을 막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또한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대통령궁 인근 도로에 있는 2개 횡단보도에 LED 등으로 된 ‘바닥 신호등’을 설치했다. 횡단보도 양쪽에 설치된 이 바닥 신호등은 보행자용 일반 신호등과 연동해 작동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스마트폰을 들고 걸으면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스몸비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해 보인다. 선진국들과 같이 스몸비들의 행태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일정 이상의 과태료 부과 및 고발조치 등 행정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한국의 스몸비 인구는 분명 더욱 증가할 것이며, 많은 선량한 일반 시민들이 큰 피해를 당하게 될지 모른다.

대다수의 스몸비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폰을 들고 걸어 다니는 공간은 바로 공적공간이다. 공적공간은 개인과 사회의 공간이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에티켓은 필수적이다. 과태료 도입에 대한 시일은 오래 걸릴 것이다. 자발적으로 지키지 않는 이들을 위해 최소한 지하철 공간에서 스몸비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스마트폰 안전지킴이’들의 활약과 캠페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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