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강경천에서 바라본 녹조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4대강 금강 일대 ‘녹조’ 현장
녹조로 죽은 물고기, 악취 진동

환경단체, 수문개방 ‘꼼수’ 지적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꺼려져”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녹조가 너무 심해서 혼났어. 논농사 짓는데 (녹조가) 벼에도 안 좋고 제발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지난 26일 만난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에서 논농사를 하는 임정림(72, 여)씨는 이같이 말했다. 임씨는 녹조가 낀 강경천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고장에서 50여년을 살아온 그는 비가 오기 전 녹조가 빽빽할 정도로 가득 찼었다고 설명했다. 금강과 맞닿은 강경천은 비가 내려서 녹조가 심하지 않은 편인데도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알갱이가 띠를 이루고 있었다. 또 일부 수문을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천은 가까이 갈수록 다리 위에서 바라볼 때보다 훨씬 진하고 강한 녹색 빛이 감돌았다. 2m가량의 깊은 수심을 가진 하천 곳곳에는 녹조로 인해 죽은 물고기들이 떠다녔고 악취가 진동했다.

▲26일 오전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강경천에서 바라본 녹조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임씨는 “이 물을 농업용수로 갖다 써야 하는데 좋게 생각이 안 든다. 정부나 시에서 지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관리로 인한 환경오염이 녹조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무더운 한여름엔 녹조현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유해 남조류 아파니조메논보다 독소와 냄새가 더 심한 마이크로시스티스 같은 남조류가 자랄 수도 있다.

금강 하류의 수질(부여1 지점 기준)은 지난해 3급수(보통)~4급수(약간 나쁨)로 측정됐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평균치가 3.1ppm,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7.8ppm으로 나왔다. 금강의 물은 식수로 사용되지 않고 농업용수·공업용수로 사용된다. 

정부에 따르면 녹조 저감과 수질 개선을 위해 공주보 등 4대강 일부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했다. 현재 금강 대부분의 구간은 녹조로 초록빛을 띤다. 그럼에도 환경단체는 4대강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보의 상시개방을 추진한 정부의 방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방하지 않은 나머지 보에 대해서도 수문을 상시개방 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26일 오전 충청남도 부여군 양화면 웅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금강의 강물이 온통 녹색 빛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공주보는 금강 하류에 있다. 현재 녹조 해결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문 개방이 물의 흐름을 다 회복시켜주지 못했다. 유속이 증가해야 하는데 수문 개방이 옅어서 녹조 저감 효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주보 개방에 대해 ‘꼼수 개방’이라면서 수문 개방을 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금강에 있는 물로 농사를 짓는 주민의 생각은 달랐다. 금강 인근에서 논농사를 하는 박성구(62, 남, 충남 부여군)씨는 “4대강사업 전에는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해 염분으로 농사가 힘들었다”면서 “녹조가 생기지만 그렇다고 보를 철거하거나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모았던 물을 다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충청남도 공주시에 위치한 공주보에서 일부 수문이 개방된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충남 부여군 양화면의 웅포대교 아래 선착장에서 만난 금강환경지킴이는 물이 정체된데 이어 날씨까지 더워져 녹조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금강환경청 소속 김효수 금강환경지킴이는 “금강이 열흘 전부터 녹조가 없다가 조금씩 진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녹조가 작년에 비해서 낮은 농도지만, 낚시를 즐기거나 관광 온 시민들은 녹조를 보고 혐오감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웅포대교 주변이 모래톱(백사장)과 자연스런 풀도 자라야 한다”면서 “인공적인 구조물로 쌓은 둑이 생물의 종도 줄어들게 하고 환경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했다.

또 “녹조라는 것이 과도한 인과 질소 등 배설물에서 많이 생기는 것이니 생활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생활하수를 잘 관리하고 분뇨나 축산폐기물이 강물에 직접 흘러가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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