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일부 유로존 국가의 경제위기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6일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가 2008년 유럽을 금융위기로 몰고 갔다면 이번에는 유럽발 위기가 미국의 경기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와 경제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는 (경제위기라는) 감염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것을 봐왔다."고 말했고, 비안코 리서치의 전략가 하워드 시몬스는 모두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관리들은 재무부 측에서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상대로 하루빨리 그리스 구제금융에 나설 것을 은밀히 종용해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경제규모가 미국의 2%에 불과하고 미국의 그리스 수출도 전체의 0.1% 미만이기 때문에 경제위기의 파고가 먼저 유럽을 덮친 뒤에야 대서양을 건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은행이 유럽에 물린 금액은 1조달러를 웃도는데다 미국의 유로존 16개국으로 수출이 전체의 약 14%에 달해 경제위기가 연동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뒤 투자자들은 국지적인 악재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태세다.

영국 유니크레딧의 수석 연구원인 마르코 아눈지아타는 "대규모 공공부채에 대해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재빨리 시장에서 철수해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비롯한 미국 증시 지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의 유로 대비 가치도 12% 가까이 상승해 미국의 유럽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럽 일부 국가의 위기가 어떻게 미국으로 확산할지 불투명하지만 그리스와 다른 약소국의 부채가 유럽 은행의 손실로 이어지고, 결국 이들 은행에 자금이 물린 미국 은행까지 충격을 받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리스발) 문제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에까지 번진다면 모든 곳에서 공공부채 우려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