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김유정역에 있는 열차 표지판을 이용한 포토존. ⓒ천지일보(뉴스천지)

북한강 따라 ‘덜커덩 덜커덩’
힐링 타임 강촌 레일바이크

사람들을 기다리는 폐간이역
일상에서 벗어나 느끼는 여유

김유정 소설의 배경 실레마을
농촌 속 풍경 그대로 재현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5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가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의 노래 가사다. 노래 가사에서도 느낄 수 있듯 춘천은 ‘낭만의 도시’ ‘추억의 도시’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노래 가사에서 나오는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는 2010년 12월 21일로 폐지됐지만, 경춘선 복선전철이 무궁화호를 대신해 생겨나면서 이제는 수도권 전철과 ITX청춘열차가 추억과 낭만을 실어 나르고 있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도시가 된 춘천은 물과 산이 많아 도심과는 다른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북한강 물길을 따라 조성된 레일바이크와 폐간이역,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문학 작가인 김유정의 생애와 그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김유정문학촌 등은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준다.

◆온몸으로 느끼는 옛 경춘선

▲ 폐선된 경춘선을 따라 레일바이크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천지일보(뉴스천지)

폐선된 경춘선의 낭만을 고스란히 재현한 레일바이크가 있다. 1939년 7월 25일 개통된 경춘선은 74년의 세월을 강원도와 수도권을 잇는 역할을 하다 이제는 레일바이크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유정역에서 강촌역까지 총 8.5㎞ 구간을 이동하는 강촌레일바이크는 경춘선의 풍경과 자연을 온몸으로 감상하며 느낄 수 있는 여행 코스 중 하나다. 2인승과 4인승 2가지가 있으며 6㎞는 레일바이크, 나머지 2.5㎞ 구간은 낭만열차를 이용해 이동한다. 70여년의 세월동안 일반인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들꽃 군락이 형성돼 있다.

출발하자마자 시작된 내리막에 신선한 풀내음이 온몸을 휘감는다. 우거진 풀 사이로 얼굴을 내민 알록달록한 꽃과 검붉게 익어가고 있는 오디 열매, 논에서 익어가는 벼, 축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들의 모습 등 아늑한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덩굴이 늘어진 캄캄한 터널과 철교 몇 개를 지나고 의암댐이 보이면 북한강 구간이 시작된다. 일부 터널은 비누방울과 은하수 조명 등으로 꾸며놓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덜커덩 덜커덩’ 철길 특유의 바퀴 진동음은 향수로 다가온다.

중간휴게소에 도착하면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관광객들은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과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조용히 앉아 사색을 즐긴다.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끝나면 레일바이크가 아닌 낭만열차를 타고 강촌역을 향한다. 낭만열차는 시속 20㎞ 정도로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기암괴석과 봉우리가 첩첩으로 있는 삼악산과 북한강을 옆에 끼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경춘선의 역사를 듣고 있다 보면 강촌역에 도착한다.

◆폐간이역에서 추억이 방울방울

▲ 옛 김유정역 역사 매표소에 앉아 있는 나신남 역장 조형물. ⓒ천지일보(뉴스천지)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있는 김유정역은 한국철도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한 역이다. 처음에는 지명을 따라 신남역으로 세워졌다가 2004년에 이 지역 출신의 문인 ‘김유정’의 이름을 본따 김유정역으로 개명했다. 2012년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면서 김유정역은 새로 지은 역사로 이전하고 구(舊) 역사는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해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신설된 김유정역에서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를 이동하면 김유정역 구 역사가 나타난다. 산책로에 열차 표지판을 이용한 포토존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며 걷다보면 나신남 역장이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김유정역 구 역사 안에는 역 안을 따뜻하게 해 줬던 난로와 주전자, 열차시간표, 역에서 쓰였던 세월을 간직한 소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김유정역 구 역사 앞에는 경춘선을 운행했던 7160호 디젤기관차와 함께 경춘선 무궁화호로 고별 운행한 객차 2량이 북카페로 개조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 한권을 들고 의자에 앉으면 창가 너머로 김유정역 구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햇살과 향수를 일으키는 폐간이역을 바라보며 열차 북카페에 몸을 기대어 앉으면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소설 ‘봄봄’과 ‘동백꽃’ 속으로

▲ 소설 ‘동백꽃’의 장면을 재현에 놓은 조형물.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유정역에서 400m쯤 떨어진 곳에 한국 문학의 대표작품 ‘봄봄’과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김유정문학촌은 김유정의 사상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관을 지어 2002년 8월 6일에 설립한 문학관으로 김유정기념사업회가 2002년 8월 일반시민들에게 김유정의 삶과 문학을 좀 더 가까이 소개하기 위해 설립했다.

김유정문학촌이 자리한 실레마을은 김유정의 고향이다. 김유정은 줄곧 서울에서 자라고 생활하다 1931년 23살의 나이로 귀향한다. 경제적인 이유와 병마 때문에 이뤄진 낙향이었지만, 김유정의 소설 대부분은 실레마을에서 구상됐고 작품의 등장인물도 상당수가 이곳에 실존했던 인물들이었다.

김유정 처녀작인 ‘산골 나그네’는 그가 팔미천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오다가 길가 오막살이 돌쇠네 집에 들렀을 때 그 집에 며칠 머물다 도망친 어떤 들병이(들병장수: 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 여자 이야기를 듣고 쓴 것이다. 김유정의 대표 작품으로 꼽히는 ‘봄봄’도 실레마을에 딸만 여럿 낳아 데릴사위를 들여 부려먹으며 욕을 잘하는 박봉필이라는 실제 인물을 토대로 탄생했다.

김유정문학촌은 작품 속 농촌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데다 곳곳에 닭싸움을 붙이는 ‘동백꽃’의 점순이, 성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봉필 영감과 실랑이를 벌이는 ‘봄봄’의 춘삼이 등 소설 속 장면을 재현한 동상들이 곳곳에 있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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