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23일 서울로 7017과 남대문시장을 연결하는 구간을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 “일평균 방문객 4만명 늘어”
상인 “점점 원상태로 돌아가”
이벤트 등 볼거리 제공 요구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 개장 이후 남대문시장 하루 방문객이 하루 평균 4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마뜩잖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로 개장 이전인 4월 22~26일 닷새간 남대문시장의 일평균 방문객은 17만 4000여명으로 집계됐으나, 개장일인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3일간 방문객을 집계한 결과 총 495만 9600여명이 남대문시장을 찾아 일평균 21만 5600여명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 달간 남대문시장 방문객이 가장 많았던 날은 서울로 7017 개장일인 5월 20일로 26만 4000여명에 달했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에 대해 단시일 내 명소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과 상인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지만,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36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김정숙(60, 여)씨는 “개장 초기에는 손님이 좀 많아지나 싶었는데, 점점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며 “날씨가 더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고가도로로 남대문시장이 활기를 찾았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고가도로를 통해 오는 손님들도 ‘볼 게 없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며 “장사가 좀 되려면 관광버스가 단체 관광객들을 내려주고 가야 하는데, 차가 많이 밀리다보니 관광버스가 잘 안 선다”고 지적했다.

서울로 7017과 이어지는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분식류를 판매하고 있는 노점상인 박중희(67)씨도 “첫째 날이랑 둘째 날은 손님이 좀 많이 있었는데, 이후에는 예전이랑 비슷한 것 같다”며 “예전 판매량을 100으로 놓고 보면 서울로 개장 이후에는 102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서울로에 가봤지만, 식물도 다 시들어가고 있고 사람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로 7017을 통해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주민들과 관광객들도 실망감을 내비쳤다. 남대문시장과 서울로 7017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교통보조근무를 하는 김동훈(60)씨는 “손님이 좀 늘어난 것 같긴 한데 먹거리 장사만 좀 되지 다른 상인들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서울로를 통한 남대문시장 활성화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로 7017을 통해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서숙이(49, 여, 서울 성북구 종암동)씨는 “서울로가 남대문시장과 연결돼 있어 남대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서울역에서 서울로를 통해 남대문시장에 올 수 있는 건 좋지만, 서울로가 생각보다 너무 썰렁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서울시에 서울로 7017의 세심한 관리와 활성화를 요구했다. 김씨는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것보다 식물도 너무 없고, 있는 식물마저 시들어 가고 있다”며 “이왕 돈을 많이 들여서 관광지로 개발했으니 나무도 좀 더 심고 시가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벤트를 좀 자주 해서 사람들이 서울로에 찾아올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볼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남대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 10월까지 상가 연결 구름다리, 액세서리 상과 뒷골목, 시계탑 부근 등을 꾸미는 ‘시장 명소화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포함된 ‘남대문시장 K 세일 페스타’도 오는 10월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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